[문예 마당] 귀향(歸鄕)
시
에스텔라(Estella) 마을
스러져 가는 성당 입구에 서 있는
돌로 빚은 성인 한 분
움푹 팬 눈
코와 귀는 닳아 없어지고
입술도 흐물흐물 허물어 내리고 있다
망연자실 바라보는 순례자에게
한 말씀 건네신다
만지지 마라
눈으로도 쓰다듬지 마라
나는 지금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길
한 덩이 돌이 어느 석공의 손에 생명을 얻어
성인 반열에 올라 한 시절 잘 지내고
천년 세월 바스러지며 시시각각
본향으로 가는 중
행여 울지 마라
방정맞다
너와 나의 고향
먼지로 돌아가나니
정찬열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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