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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회]자식잃은 부모들 모임: "가족사랑 외치는 전도사"

“레이 아버지, 지난 번 감기는 다 나았나요 ”

“허허, 덕분에 괜찮아졌어. 린다 어머니는 요즘 어때 ”

“좋아요. 내일 린다 만나러 가려고 해요.”

“나도 다운이를 찾아가 꽃을 주고 와야겠어요.”

어버이 주일을 앞둔 지난 11일 ‘반달회 가족모임(회장 양승길)’ 회원 10여명이 오랫만에 LA한인타운에서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반달회는 각종 사건·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모임.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은 달의 반쪽이라고 해서 지은 것이 반달회다.

지난해 4월 PC방 앞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으로 숨진 정다운(당시 18세)군의 어머니 박경미씨, 2년 전 아파트 주차장에서 강도의 총에 희생된 남지연(19)양의 부모 남충희·정자 부부, 97년에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로 사망한 티파니(8)양의 어머니 강미경씨, 95년 자신의 집에서 살해당한 린다 박(18세)양의 부모 박선화·동실 부부, 92년 교통사고로 수정(19)과 수미(18세) 두 딸을 잃은 양승길·명자 부부, 92년 LA폭동때 사망한 이재성(19)군의 어머니 이정희씨 등 13명이 회원이다.

반갑게 만나자 마자 안부를 주고받던 이들은 한 회원이 일어나 “어머니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했다”며 카네이션을 한송이씩 나눠주자 저마다 얼굴을 숙인채 잠시 말을 잊었다. 갑자기 밀려드는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에 솟아나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자식을 잃은 쓸쓸함을 달래고 서로 위로하자는 취지로 10여 가정이 비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는 반달회.

이들의 소원 중 하나는 가정의 달 5월이 빨리 지나가는 것이다. 강미경씨는 “5월이 되면 먼저 간 딸에 대한 그리움과 지나간 아픈 기억이 다시 떠올라 힘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렇다고 슬픔에 빠져만 사는 것은 아니다. 일찌감치 자식을 잃었기 때문에 자식의 소중함을 더 잘 아는 그들만의 방법으로 손길이 필요한 부모와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10여년 전 2살난 아들 레이먼을 병으로 잃은 양기택씨와 정다운 군의 어머니 박경미씨는 젊음의 집에서 풀타임 스텝으로 근무하며 문제 청소년들을 돌보고 있다.

박경미씨는 “다운이를 잃고나자 가정을 잃고 헤매는 주위의 한인 청소년들이 눈에 보이게 됐다”며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반달회원들은 신문 등을 통해 한인 청소년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그들의 집으로 반달회 이름으로 화환을 보낸다.

‘아픔을 아는 사람이 아픈 사람을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이 되면 이들은 ‘가족 사랑’을 외치는 전도사가 된다.

린다 박양의 어머니 박선화씨는 “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해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며 “옆에 있는 가족을 향해 사랑을 표현할 수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이미 가족의 반쪽을 잃어버렸기에 그 반쪽의 소중함을 잘 압니다. 한번 사라진 반쪽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쉽게 채워지지 않아요.”

다른 모임처럼 ‘회원 증가’를 절대 사절한다는 반달회 양승길 회장이 가정의 달을 보내며 한인들에게 주는 눈물의 메시지다.


장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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