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횡단보도 사고 주범은 '너무 짧은 신호등'
가주내 65세 이상 보행사망 확률
다른 연령대 보다 3배 이상 높아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70대 노인 강명자씨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조바심이 난다. 길을 채 건너기도 전 빨간 불로 바뀌는 신호등 탓이다. 강씨는 "파란불만 되면 정신없이 걸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금방 빨간 불로 바뀌어버린다"라며 "걸음도 느리고 체구도 작아 운전자들이 못보고 지나칠까 항상 두렵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보행 사고가 급증하며 이에 대한 대책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사회활동이나 건강을 위해 걷기를 선호하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 교통정책연구조사 단체인 '트랜스포테이션 포 아메리카(TFA)의 자료에 따르면 연간 가주에서 횡단보도 보행 중 사고로 사망하는 65세 이상 노인의 수는 10만 명당 4.72명 수준이다. 이는 하와이와 알래스카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치다. 지난 2000년에서 2009년까지 통계로 미루어 볼 때 가주 내 65세 이상 노인들의 횡단보도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3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다. LA타임스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미 국민 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인구 비율은 13%지만 횡단보도 사망 사고 피해자 가운데는 22%가 65세 이상이다.
초당 3.5~4피트 보폭 위주 설계
2.5피트 불과 노인위해 개선돼야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신호등의 보행 신호가 노인들이 안전히 횡단보도를 건너기엔 너무 짧다는 점. 대부분의 신호등은 초당 3.5~4피트의 보폭으로 걷는 보행자들을 위주로 설계돼 있는데 65세 이상 노인들의 평균 보폭은 초당 2.5피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각 시정부들은 횡단보도의 파란 불 유지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특히 뉴욕시는 400만 달러를 투자해 1500개의 신호등의 보행신호를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사고다발 지역에 과속방지턱을 더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시정부도 있다.
일부 노인 권익 옹호 시민 단체들은 연방 정부 차원에서 보행 안전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노인 안전을 염두에 둔 횡단보도 디자인과 도시 설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이슨 앨트마이어 펜실베이니아 민주당 하원의원을 비롯한 일부 정치인들 역시 교통성에 노인 보행자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TFA의 데이비드 골드버그 연구원은 "고령 인구가 늘어날수록 운전자 위주로 설계된 도로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낼 것"이라며 "이제는 노인들과 보행자를 위한 도로 설계가 이뤄져질야 할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