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C 특별세미나 초청 미셸 이 전 워싱턴 DC 교육감…"경쟁대신 자녀 기분 맞추기, 그게 지금 미국교육의 현실"
한인 커뮤니티에 전할 메시지는참여해라
교육구의 정책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 의견을 표시하고
학교 활동에 관여해라
자녀 성적도 변하지만
그래야 학교가 변한다
"교육감으로 출근한 지 2주가 지났을 때죠. 특수 교육 학생들을 위한 교통 예산으로 연간 8000만달러가 지출되더군요. 학생 한 명당 1만8000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습니다. 이 돈이면 첫 해에 학생들에게 '새턴' 승용차를 한 대씩 구입해주고 다음 해부터는 운전사를 고용하라고 말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어이가 없어 담당자에게 부실한 예산 운영을 다그치니 나만 '무례한(rude)' 보스가 됐습니다."
5일 베벌리힐스에 있는 포시즌 호텔 볼룸. 250명이 넘는 청중들이 테이블에 앉아서 오늘의 연사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다. 단상에 오른 연설자는 미셸 이(41) 전 워싱턴 D.C. 교육감이자 현 비영리 교육재단 '스튜던츠 퍼스트(Student First)' 대표다.
트레이트 마크처럼 돼 버린 검은 색 단발머리에 빨간 색 가디건과 검은 정장 치마를 깔끔하게 입고 등장한 그녀는 박수가 끝나자 마자 교육감으로 임명됐을 당시의 기쁨과 주위의 반응을 속사포처럼 쏟아놨다.
USC 정책.개발.개발학과 산하 '사회공헌과 공공정책센터'에서 주관하는 특별 세미나의 연설자로 초대돼 '자선사업과 교육 개혁'이란 주제로 20분간 강연한 이 교육감은 "모든 사람들이 나의 교육 개혁에 대한 열정을 인정하고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지지는 보내지 않았다"고 당시 받은 충격을 털어놓기도 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전 한인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잠시 한국에서 지냈었죠. 그때 본 건 유치원 학생들에게도 등수가 매긴다는 겁니다. 한반에 40명이 넘는 아이들은 매 학기마다 시험 때마다 등수를 올리라는 엄마들의 채근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1등은 어떠냐구요? 등 뒤를 바짝 쫓아오는 동기생들의 경쟁 때문에 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어떤가요? 우리는 경쟁 대신 자녀들의 기분만 맞춰주고 있습니다. 그게 지금 미국 교육의 현실입니다. 경쟁이 없는 사회는 학생들을 무력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미국도 무력해집니다."
볼룸을 가득 메우던 청중들의 웃음소리는 사라졌다.
그녀는 "자녀에게 경쟁을 가르치고 부모는 자녀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 것"을 요구했다. 이 교육감은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낮은 원인은 가난이나 무보험 등이 아니라 교사가 제대로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라며 "실력있는 교사들을 채용하고 지원하는 방법만이 학교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본지는 열정적인 20분간의 강연을 마친 이 교육감을 만나 그녀가 생각하는 공립교육의 의미를 질문했다. 특히 4억800만달러의 예산 적자로 고민하는 LA통합교육구(LAUSD)의 미래에 대한 의견도 들어봤다.
-교육감직을 3년동안 하고 물러났다. 그 시간을 돌아보니 어떤가.
"아쉽다. 하지만 더 길게 할 수도 없었다. 아시다시피 미국의 교육은 벌써 '정치적인 아이템'이 됐기 때문이다. 정치적이지 않고서는 교육자로서 일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래서 답답하고 아쉽다."
-무엇이 가장 아쉬운가.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나는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들 나의 행동에 따라올 것이라고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부임했을 당시 워싱턴D.C. 교육구의 학습능력은 정말 최저였다. 2007년 당시 9학년생의 고등학교 졸업률은 9%뿐이었다. 놀랍지 않은가? 졸업률이 9%라니. 이렇게 뒤쳐졌던 학생들이 교사들의 다그침에 성적을 올리기 시작했다. 실력없는 교사들을 퇴출하는 조치를 밟자 마자 학교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3년 만에 4학년 학생들의 수학능력은 2개 학년을 앞설 정도로 따라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교육구 개혁 조치는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교사 해고 조치는 인해하지 못했다.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다."
-LA통합교육구가 적자 예산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당신이 교육감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존 데이지 박사는 훌륭한 교육가이자 행정가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교육감이 생각하는 방법을 찾아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데이지 교육감 뒤에 커뮤니티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감이라고 해도 지지가 없으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경력순으로 교사를 해고하는 안을 반대하는 시위가 교육구 건물 밖에서 매일 진행되고 있고 교육감의 정책이나 결정에 지지하는 목소리는 없다면 결국 LAUSD의 개혁은 아무런 결과를 남길 수 없다."
-미디어에 비친 당신의 이미지는 공격적이었다. 당신의 의견은.
"내가 화가 나는 건 워싱턴 D.C.에서 나에게 '좀 참아라' 또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말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나를 만류하지만 정작 그들의 자녀는 워싱턴 D.C. 밖의 교육구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난 내 자녀를 D.C. 교육구의 공립학교에 보냈다. 내가 매일 생각하고 내린 결정은 내 자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었다. 엄마로서 교육자로서 난 내 자녀와 다른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당신은 어떤 엄마인가?
"분명한 건 난 에이미 추아같은 '타이거맘'(자녀들을 혹독하게 훈육하는 엄마)은 아니다. 그러나 난 전형적인 한국인 엄마 밑에서 교육받고 자랐다. 그래서 내 딸도 그렇게 가르친다."
-한인 커뮤니티에 전할 메시지는.
"참여해라. 교육구의 정책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시하고 학교의 활동에 관여해라. 자녀의 성적도 변하지만 그래야 학교가 변한다. 내 자녀들을 더 이상 어른들의 싸움에 희생양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건 부모 만이 해줄 수 있는 일이다."
☞미셸 이 전 교육감은
지난 2007년 한인으로는 처음 공립 교육구 교육감으로 임명된 리 대표는 정치적인 압력 등의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3년 만인 2010년 사임했다. 그후 '스튜던츠 퍼스트'라는 비영리 교육단체를 설립한 후 교육개혁을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학교 등에 이 자금을 지원하는 커뮤니티 활동가로 뛰어다니고 있다. 올초 타임지가 선정한 100의 인물 중 80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타임지는 리에 대해 “외곬수로 아이들에 대한 헌신이 돋보인다”며 “그는 많은 미국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개선하는 데 전념했다”고 평했다. 리 전 교육감의 약혼자는 케빈 존슨 새크라멘토 시장(45)이다.
장연화 기자 [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