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오도된 미국의 예외주의
전현수/번역가
다행히 리비아 반군이 지키는 지역이었다. 한 주민이 다가와서 공포에 휩싸인 조종사에게 “당신은 우리를 구하러 왔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친구입니다. 안심하십시오” 라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조종사는 그 후, 미군 항공모함으로 안전히 귀환했다.
여러 나라를 다녀보면 한 가지 공통된 점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미국을 좋아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좋아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싫어한다는 표현이 맞다. 미국은 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끈 연합국의 주역이었고 그 후 많은 빈곤 국가에 원조하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싫어하니 그 이유가 무엇인가를 미국민은 자성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한마디로 미국의 오도된 예외주의(Exceptionalism)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대부분의 저교육층 미국인과 일부 공화당의 반지성적 정치인은 미국의 예외주의를 미국의 우월주의로 착각하고 있다.
대표적 극우 성향의 정치인 사라 페일린과 뉴트 깅그리치, 미셀 바크만 의원 등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미국의 예외주의를 포기했고 미국의 자존심을 저버렸다고 질타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예외주의가 2012년 대선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예외주의는 프랑스 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이 1830년 펴낸 책에서 미국은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다고 표현한 데서 비롯됐다. 사회학자 립셋은 보다 분명히 분석하기를 미국은 혁명적 사건으로 출발하여 독립에 성공한 최초의 식민지, 최초의 신생국가라는 점에서 ‘예외적’인 나라다.
결국 미국 예외주의는 새로운 사회로, 미국이 봉건적 구조, 군주제와 귀족주의 문화, 사회적 위계를 유산으로 물려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것은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낫다거나 우월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며, 단지 다른 나라들과 질적으로 ‘다르게’ 발전해왔음을 의미할 뿐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것을 미국의 우월주의로 착각한 일부 네오콘 보수주의자의 오만한 자세가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더욱더 경원하도록 심화시킨 것이다. 특히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8년 집권 동안 대외 정책은 많은 국가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예로 교토 협약에 일방적으로 가입하지 않았고, 편향적인 친이스라엘 정책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제거돼야 하나 미국이 주도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이라크 국민은 원하지 않았음에도 확인도 안된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이라크를 공격했던 것 등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역사상 처음으로 이집트 카이로대학에서 청중과 같은 피부색을 가진 흑인으로, 미국 대통령으로, 또한 중간 이름에 중동에 흔한 후세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연설하였다.
미국에 대한 반감이 지배적인 중동 지역에서 이보다 더한 청중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는 없었다. 그 연설 장면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전 지역으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하여 번져 나갔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예멘, 시리아, 아이보리코스트 등 최근 일어나는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열풍이 오바마의 카이로대학 연설 이후에 비로소 일어나는 것을 단순히 우연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미국 국민은 미국이 현재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적 역사 발전에 얼마나 큰일을 했는지 실감을 못하고 있다. 그것은 미국민이 오바마라는 인물을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소프트웨어를 모두 미국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만으로도 미국은 건전한 자부심을 가질 만하고 리비아에서 군사 개입을 진정한 미국의 예외주의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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