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데이지 신임 LAUSD 교육감 "교육구 개혁은 학부모에 달려…한인들 참여 기대"
적자 해결 위해 자체 수입원 절실…글로벌 시대 한국어 등 유지 노력
LA통합교육국(LAUSD) 본부 16층에 있는 사무실은 아담하고 깔끔했다. 책상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더미처럼 쌓여져 있는 서류뭉치도 없다. 벽에는 지난 2008년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미지 사진 포스터와 라틴계 노동자들의 대부였던 시저 차베스 또 마틴 루터 킹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데이지 교육감 내정자는 사진 속의 인물들을 가리키며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데이지 신임 교육감은 인자한 할아버지 같았던 라몬 코티네즈 전임 교육감과는 180도 다르다. 칼칼한 목소리로 '반갑다'고 인사하며 맞는 것부터 날카로운 턱선과 눈빛 기자의 질문을 듣자 마자 직설적으로 대답하는 모습은 마치 투자를 유치하려는 사업가같다. 게다가 벽 한쪽에 걸어놓은 흰 보드에 흘림체로 잔뜩 써 놓은 '교육 목표들'을 보니 목표지향적인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 하루에 4시간 정도 자면서 교육구 운영안에 골몰하고 있다는 그가 "LAUSD의 변화와 성장은 한인 학부모들의 참여에 달렸다"며 한인 커뮤니티에 오히려 잔뜩 기대감을 표시했다.
-LA통합교육구의 개혁이 한인 학부모들의 참여에 달렸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말 그대로 학부모들의 참여도에 따라 학교와 학생도 변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성공한 학교들을 보면 학교와 교사 학부모와 학생들이 하모니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학교의 활동에 참여해야 학생들도 변한다. 내가 말하는 한인 학부모들의 참여에 달렸다는 건 바로 그런 뜻이다. 한인 학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인 학부모들의 지원을 더 기대하고 있다. 자녀에게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와 격려 조언을 아끼지 말아달라."
-취임이 얼마남지 않았다.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교육 매스터 플랜을 수정하는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작업은 거의 20년 만에 진행되는 일이라 기대가 크다. 현재 각 커뮤니티 관계자 50명이 위원으로 선발됐다. 이들은 앞으로 매달 정기적으로 모여 향후 5년동안의 교육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들이 세운 계획은 앞으로 교육구의 커리큘럼을 모두 재정비하는 기초가 될 것이다.(한인이 위원으로 포함됐는 지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에) 이번 준비작업에 한인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지 확인하겠다. 포함돼 있지 않다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도 의견을 청취할 것이다. 비대해진 교육위원회를 슬림하게 만드는 일도 내가 해야할 일이다.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교장의 파워를 더 부여하는 안도 매일 고민한다."
-신임 교육감으로서 목표는.
(흰 보드를 가리키며) "보다시피 굉장히 많다. 우리의 주요 과제는 당연히 학생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특히 수업을 따라오기 힘들어하고 바둥거리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이 일순위다. 이들의 성공이 내 목표다. 현재 모니터하고 있는 것은 고등학교 졸업률이다. 흑인 남학생들과 영어 미숙 학생들의 졸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심히 살펴보고 있다. 이밖에 3학년 학생들의 영어와 수학점수를 높이고 9학년 학생들의 수학점수를 향상하는 것도 목표에 들어있다. 중학생들의 경우 고등학교 진학시 필요한 수준을 갖췄는 지 여부도 체크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습력을 향상시키려면 우수 교사들이 필수다. 하지만 지금 교육구는 적자예산으로 해고 통지서를 발송하고 있다.
"가장 가슴아픈 질문이다. 알고 있다. 우리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교육구의 예산 시스템이 주정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현재 교육구 예산의 90% 가까이를 주정부에서 지원받고 있다. 주정부가 돈이 없어서 예산을 삭감하면 그대로 교육구에 파장이 전해진다.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교육구가 자체적으로 예산을 세울 수 있는 수입원이 필요하다."
-어떻게 수입원을 마련할 생각인가.
"교육구 자체에서 예산을 마련한다는 안은 생각보다 실행이 쉽지 않다. 연방법과 주법은 학생들에게 무료 공립교육을 지시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학비를 받는 방법도 없다. 그래도 예산난을 더 이상 겪지 않으려면 교육구가 앞으로 고민해야 한다. 취임후에 차차 방법을 연구해 볼 것이다."
-이번 해고대상자 중에 이중언어 교사들이 많이 포함됐다. 이중언어 프로그램을 없앨 계획인가.
"나의 목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성공해 사회에서 자기 몫을 해내는 리더로 키우는 것이다. 이중언어는 리더십 특히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도구다. 한국어를 비롯해 중국어 스패니시는 중요한 이중언어 프로그램이다. 나 역시 프랑스어 스패니시 등을 배웠고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이중언어 프로그램이 계속 지속되도록 보호하고 유지할 것을 약속한다."
-본지 조사결과 한인타운에 세워진 로버트 케네디 커뮤니티 스쿨에 범죄가 많다. 학교 성적표도 아직까지는 좋지 않다. (LAUSD에 따르면 케네디 커뮤니티 스쿨이 오픈한 후 지금까지 50건의 사건이 발생했다. 보고된 사건은 경찰이 출동한 것이며 강도 케이스도 1건 포함돼 있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는 학교다. 우수 학교로 성장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 만큼 기대하고 있다. 사건이 많은 건 몰랐다. 학교별로 보고를 받지 않아 자세히 몰랐다. 앞으로 학교 치안을 강화하도록 조치해 안전한 타운이 되도록 신경쓰겠다."
■경력 30년의 베테랑 개혁가 데이지 교육감은 누구?
LA통합교육구(LAUSD)의 존 데이지 신임교육감은 교육 경력만 30년이다. 동부 지역의 고등학교와 교육구에서 교사로 재직하다 교장, 교육감으로 승승장구했다. 한동안은 미 전국의 장학 재단인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투자 관련 부분을 담당하기도 했다.
LAUSD 부임 직전 까지는 메릴랜드 주에서 가장 큰 교육구이자 전국에서 18번째로 큰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 교육감으로 근무했다. 이곳에는 140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13만 명의 학생의 재학하고 있어 이곳의 근무한 경험이 크게 도움줄 것으로 LA교육구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외에도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샌타모니카 말리부 통합교육구에서 교육감으로 있으면서 교사와 교육 관련 제도를 개혁하는 등 교육개혁에 앞장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장연화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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