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재롱이의 재롱을 보며
유기택/한인마라톤클럽 회장
우리 가족은 처음 입양돼 온 새 식구를 신기해했지만 고양이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우리는 인터넷 또는 책에서 또는 지인들에게서 고양이에 대한 지식을 얻었다. 처음 몇 달은 고양이도 우리도 즐거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서로를 배워 나갔다.
먼저 물그릇, 음식물 등을 준비하고 이름을 한국이름으로 '재롱이', 미국이름을 '준'이라 지었다. 거기다 아이들은 우리 가족의 성을 주어서 '유재롱'이나 '유준'이라고 곧잘 불러댔다.
재롱이는 우리에게 극히 친절한 눈매로, 부드러운 털로, 조그만 실수들로, 우리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내가 손바닥을 펴면 손바닥 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아무 근심 없는 표정을 한 조그만 손님을 누군들 사랑하지 않았겠는가?
고양이 입양을 전적으로 반대하던 집사람까지도 그만 반해 버렸다. 재롱이는 식구들이 가는 곳마다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다. 식구들이 일터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나와서 반갑게 맞는 것이 재롱이다.
피곤하고 지친 우리를 맞으면서 털을 비비며 무척이나 반기는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밖에서의 지친 시간들을 잊게 해주기도 한다. 재롱이는 계단을 몹시도 오르내리며 몸매 가꾸기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식구들에게 번갈아 가며 시간 봉사하는 친절도 마다 하지 앉는다.
지금 재롱이는 큰 강아지 정도로 굉장히 많이 자랐지만 애교만큼은 여전하다. 재롱이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맑고 맑은 호수를 바라 보고 있는 기분이다. 재롱이의 족보는 '아메리칸숏트헤어'나 '메인쿤'이라고 한다.
정이 들대로 들어서인지 우리는 서로를 좋아한다. 가끔은 자기 고집이 있다고 유세를 뜬다. 재롱이로 인해 우리 식구들이 좋은 순간을 나누었다고 고백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고마워 한다.
행복은 무엇보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따듯한 관심에서 비롯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서로의 관심과 기쁨의 폭을 넓혀 보려는 노력을 시도해 보아야 않을까. 끊임없이 시도 하면서도 재롱이는 놀랍도록 용맹스런 면도 있다.
하루는 뒤뜰의 텃밭에서 아내가 잡초를 뽑고 있는 사이 재롱이가 나가서는 채소 사이사이를 헤매고 있더니 먹이를 찾고 있는 참새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죽이고 말았다. 그 순간의 동작은 마치 호랑이가 사슴을 낙아 채는 듯한 동작이어서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마구 나무랐지만 아랑곳하지 않아서 우리는 재롱이를 5분 동안 '교도소'에 감금했다. 재롱이가 제일 싫어하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재롱이의 입양은 참 잘한 일이라고 우리 식구들은 입을 모은다. 바삐 돌아가는 생활 속에 재롱이와 같은 친구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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