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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내 마음의 아이돌, 리즈

채수호/자유기고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유명인의 죽음은 누구에게나 마음 한구석이 텅 비는듯한 허전함을 안긴다. 세기의 스타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지난 3월 23일 LA에서 울혈성 심부전증으로 향년 79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었다.

열병을 앓듯 지나가 버린 젊은 시절, 그녀는 내 마음의 아이돌이었으며 아직도 그녀의 이미지는 1950∼60년대 청순한 모습으로 마음 깊이 각인 돼 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삶을 추스르던 그 시절 한국에서는 이렇다 할 제조업이 없어 거의 모든 물건들을 외국제품에 의존해야 했다. 지금은 미국에서 제조업이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당시 미국은 생필품부터 가전제품, 공산품에 이르기까지 생산하는 세계의 공장이었다. 미군부대를 통해 흘러나온 미제 물건들은 누구나 갖고 싶어했으며 ‘메이드인 유에스에이’는 곧 품질의 상징이었다.

대중문화 역시 미국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영화는 팍팍한 삶에 지친 서민들에게 거의 유일한 오락이었으며 특히 미국 영화는 젊은이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당시 멋쟁이 젊은이들은 남대문 시장에서 산 미제 청바지와 물들인 미제 군복을 입고 엘비스 프레슬리에 열광하고 제임스 딘과 엘리자베스 테일러(일명 리즈)에 혼을 빼앗겼다. 특히 리즈는 인기가 높아 한국 배우 이름은 잘 몰라도 그녀의 이름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리즈는 1932년 영국에서 미술품 중개상을 하는 미국인 아버지와 은퇴한 여배우 새라 테일러 사이에서 태어났다. 리즈가 7살 되던 해 그들 가족은 미국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해서든 리즈를 영화계에 데뷔시키겠다는 어머니 새라 테일러의 집념은 마침내 결실을 거두어 리즈가 10살 때 처음으로 영화에 출연하는데 성공했다.

1950년대 들어 리즈의 미모는 꽃처럼 활짝 피어났다. 미모와 아울러 원숙한 연기력까지 겸비한 리즈는 제임스 딘과 열연한 ‘자이언트(1956)’‘지난 여름 갑자기’ 등 영화로 일약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배우가 된다. 1960년대에는 ‘버터필드8(1960)’‘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1966)’에 출연하여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두 차례 수상함으로써 전성기를 누린다.

배우로서의 화려한 경력에 비해 그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그녀는 평생을 통하여 8번이나 결혼했다. 그 중 두 번은 같은 남자 리처드 버든과 했다. 원래 기독교 신자였던 리즈는 세번째 남편인 마이크 타드와 결혼하기 위하여 유대교로 개종하였다.

결혼생활은 굴곡이 많았으나 한 번 우정을 맺으면 죽을 때까지 의리를 지키는 것이 그녀였다. 영화 자이언트와 같이 출연했던 록 허드슨이 에이즈로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에이즈 퇴치 운동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에 병원을 건설하기 위하여 평생의 연인이던 리처드 버튼으로부터 선물 받은 69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기꺼이 기부하였다. 또한 수많은 스캔들과 재판으로 만신창이가 된 말년의 마이클 잭슨을 끝까지 지켜준 것도 그녀였다.

작고 연약하게 태어난 리즈는 평생을 병치레 속에 살아야 했다. 폐렴, 피부암, 관절염, 뇌종양, 디스크, 심장병 등 평생을 수없이 많은 병마와 싸우면서 살아온 리즈는 이제 육신의 고통을 훌훌 벗고 마이클 잭슨과 월트 디즈니 등이 묻힌 LA ‘포레스트 론’ 묘지에서 안장되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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