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생각과 문화의 경쟁력
이지연/주부·뉴저지 거주
매일 우편물을 체크하다가 하필이면 집에 없는 사이 배달원이 온 모양이다. 하루를 기다리지 못하고 페덱스로 가서 아이패드2를 기어이 찾아오는 것을 보며 무엇이 내 남편을 저렇게 열광하게 만들까 생각했다.
전 세계에 그 많은 통신회사들과 휴대전화 제조회사들이 있지만 아이폰과 아이패드 때문에 전전긍긍 한다고 한다.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버티고 있고 앞으로의 시장에서 경쟁이 볼만하다.
이런 것을 보면서 한 사람 특히 리더의 생각이 세상을 바꿀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설립자이면서도 회사에서 쫓겨났다 망해가는 회사로 돌아온 스티브 잡스는 결국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가총액의 회사로 만들었다. 개인적인 성공담보다는 이런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 건 미국의 교육과 문화와 시스템이었지 않았을까?
미국의 교육에 대해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경쟁력이 분명히 있다. 생각에 대한 무한한 자유, 새로운 생각에 대한 사회의 포용능력, 이러한 것들이 지금의 미국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 애플컴퓨터에서 보듯 개인이나 국가의 경쟁력은 새로운 기술개발에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생각과 문화에 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은 학교 디베이트팀에 속해 있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토론 방식이었다. 어떤 주제를 갖고 토론하는데 번갈아 가면서 다른 입장에서 주장하는 방식이다.
양쪽 주장을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훈련이 좋은 리더를 양성하지 않는가 싶다. 우리가 정말 우리 자식들을 경쟁력 있게 교육을 시키고 있을까?
며칠 전 차 안에서 들은 한국 방송에서 한국 대기업들의 이익공유에 관한 토론을 들은 기억이 난다. 시청자 참여를 통해 대기업의 이익공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는 프로그램인데 너무 실망이었다.
사회자가 시작부터 대기업 입장에서 이익공유제의 부당함에 대해 한참 시간을 할애 했다. 내가 실망한 것은 이익공유제에 대한 정당성 유무를 떠나 무엇보다도 사회자가 다른 입장의 주장에 대해 들을 기회를 박탈했다는 사실이다.
잘 모르지만 대기업의 이익공유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사회자는 자본주의 국가에선 이익공유가 있을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일견 맞는 말 같지만 50점짜리 대답이다. 양쪽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대기업들은 자본주의를 제대로 하고 있을까? 지금의 일부 대기업들은 사실 개발독재시대 때 정부로부터 많은 특혜를 받고 성장한 것으로 안다. 지금은 어떤가. 일부 대기업은 불법에 연루돼 있다. 분식회계, 비자금, 불법상속 등등.
나의 상식으로 자본주의는 자유경쟁을 토대로 한다. 개인마다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경쟁을 통해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보다 잘사는 것이다.
아이패드를 보면서 새삼 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가깝게 지내는 중소기업 사장의 말이 생각난다. 아이패드 때문에 사업이 잘된다는 그분은 옛날 한국 대기업에 납품할 때는 납품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구사항이었지만 애플사는 가격은 제대로 지불하는 대신 품질검사에 철저하다고 한다. 길게 보면 어느 쪽이 성공할까? 이런 것들도 함께 토론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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