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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인물열전] 아비가일, 지혜로운 언행으로 집안을 구한 여인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교무처장

'금슬상화(琴瑟相和)'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거문고와 비파의 조화로운 음률'처럼 서로 화합하는 부부관계를 뜻하는 말이다.

구약성서는 '미녀와 야수'처럼 가장 어울리지 않지만 한쪽의 결점을 너무나 잘 보완해 주었던 한 부부를 소개하고 있다.

총명하고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아내를 둔 어리석고 인색하고 악한 사내의 이름은 나발이다. '어리석다'라는 이름의 뜻처럼 나발은 자신의 무지와 우매함 때문에 자신의 일가를 쑥대밭으로 만들 뻔하였다.

이러한 위기의 상황에서 지혜롭게 처신하여 집안에 미칠 화를 거둔 여인이 있었으니 그녀는 나발의 아내 아비가일이었다.

나발과 아비가일 부부가 다윗과 관련을 맺은 사건은 이러하다. 사울에게 쫓겨 도망자 신분이 된 다윗은 양 삼천과 염소 일천을 둔 소위 알부자인 나발이 양의 털을 깎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양털을 깎는 그날은 동네 축제마당이 벌어지는 날로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누어주는 전통이 있었다. 궁핍한 상황에 처한 다윗은 자신의 부하들을 나발에게 보내어 예의를 갖추어 정중하게 도움을 청하였다.

그러나 나발은 아주 매몰차게 거절하였다. "다윗은 누구며 이새의 아들은 누구냐 요즈음에 각기 주인에게서 억지로 떠나는 종이 많도다. 내가 어찌 내 떡과 물과 내 양 털 깎는 자를 위하여 잡은 고기를 가져다가 어디서 왔는지도 알지 못하는 자들에게 주겠느냐." 나발이 국가적 스타덤에 오른 다윗을 모를 리 없을 터. 나발은 다윗을 사울의 종으로 있다가 반역하여 도망 친 노예들의 두목 정도로 치부하면서 빈정대듯 다윗의 부하들에게 만용을 부렸다.

나발의 경멸적인 말을 전해들은 다윗은 격노하였다. 다윗을 분노케 한 것은 곤핍한 형제들을 돌보지 아니하는 나발의 비인간적인 작태 때문이었다. 고대사회는 '접대' 혹은 '친절을 베푸는 것'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다. 나발이 그런 기본적인 덕목조차 조롱거리 삼자 다윗은 사백 명을 무장시켜 그를 치러 나갔다.

그러한 일촉즉발의 위기의 순간에 나발은 잔치의 여흥과 술에 취해 다윗의 칼이 자신의 목을 치리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집안에 미칠 심각한 위기를 종으로부터 전해들은 아비가일은 기지를 발휘해 남편 몰래 먹거리와 예물을 풍족히 준비하여 다윗에게로 급히 나아갔다.

그리고는 아비가일은 자신을 종으로 자처하면서 남편의 미련한 처신에 대해 다윗에게 용서를 구하였다.

나아가 앞으로 이스라엘 왕이 되어 위대한 일을 할 사람이 이런 일로 사람을 죽여 오점을 남기지 말라는 조언까지 하였으니 겸손과 지혜뿐만 아니라 용기까지 갖춘 여인이 아니겠는가?

그 다음날 숙취에서 깨어난 나발은 아비가일로부터 그간의 자초지종을 듣고서 육신이 돌같이 굳어지게 되었고 그로부터 약 열흘 후 그는 죽고 말았다. 하나님의 징계였다.

인격이란 구조물을 바르게 세우기도 처참히 파괴하기도 하는 것이 세치 혀가 아니던가? 지혜자는 "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하느니라. 지혜 있는 자의 혀는 지식을 선히 베풀고 미련한 자의 입은 미련한 것을 쏟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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