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향한 '이모팬' 사랑,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미주 한인 아줌마들 돈 모아 신문 광고…전 소속사와 계약 갈등 함께 응원나서
'JYJ 동방신기' 카페 정회원만 500여명…30대부터 50대까지, 82세 할머니도
지난 1월 28일자 본보에는 이색 전면광고가 실렸다. 이 광고는 전국의 한인 아줌마 30여명이 개인 돈을 모아 마련한 것이었다. 동방신기에서 나와 결성한 그룹 'JYJ'(재중.유천.준수)를 지지하는 한인 아줌마들의 열기가 뜨겁다.
미주 한인여성들이 활동하는 '미시USA' 웹사이트의 'JYJ 동방신기' 카페 정회원만 500여명. 최근 이들 가운데 50여명이 다음 카페에 새 둥지를 틀어 신문광고 등 JYJ를 응원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JYJ를 응원하는 한인 아줌마 연령층은 30~50대. '이모팬'이라는 신조어까지 낳으며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는 것을 넘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아줌마들. 팍팍한 이민생활 속에서 생활과 교육에 바쁜 한인 아줌마들은 왜 아이돌 그룹 출신인 JYJ에 열광하는 것일까.
한국에서는 1월 27일부터 그룹 JYJ 팬들이 이들을 지지하며 '당신의 청춘을 응원합니다'라는 버스 광고를 시작했다. 서울 및 주요 도시에서 총 120대의 버스를 통해 한달동안 이뤄진 버스 광고는 JYJ의 활발한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버스 광고를 위한 모금은 지난 1월14부터 24일까지 총 11일간 9817명이 모았다. 총 금액은 1억5809만7228원. 버스 광고 후 남은 8000만원으로 이번에 지하철 역사 광고도 준비 중이다. JYJ 팬연합은 지난 18일 광고 스크린을 설치하는 지하철역을 공개했다.
한국 팬들의 이런 움직임에 JYJ를 지지하는 한인 아줌마들은 "우리도 돈을 모아보자"며 자발적으로 광고비를 모아 1월 28일자 본보에 전면광고를 한 것. 광고를 담당한 JYJ의 팬인 김모씨는 "JYJ를 지지하는 미주 한인 아줌마들의 나이가 30~50대까지 다양해요. 카페 운영진은 40대 중반입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71년생 한국나이로 40세다. 한국의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김씨는 버지니아주 인근의 한국회사 미주법인으로 발령난 남편을 따라 5년전 이주해 세 자녀를 키우고 있다.
김씨같이 이민생활에서 장바구니 가격과 씨름하고 자녀 교육에 바쁜 아줌마들이 20대 중반 아이돌 출신 가수를 응원하기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어 광고비를 마련했다. 미주 투어 쇼케이스 때 깜깜한 관중석을 지킨 이들도 뮤직에세이 CD 예약판매에 맨 처음 이름을 올린 사람도 아줌마 팬들이다.
또 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혼자 7시간을 운전해 라스베이거스까지 가거나 자동차 번호판을 이들의 이름을 따 'JYJ 6002'로 신청하는 주부들도 있다. 수천 달러를 들여 잠시 콘서트를 보고 온 이도 있다.
아케디아에 사는 박순예 할머니(82)는 최고령 '할머니팬'이다. 박 할머니는 "JYJ 아이들을 보면 마치 내 친손주처럼 이쁘고 대견하고 아이들이 힘든 시련을 견디고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할머니의 며느리 박칼린씨(36)는 "시어머니가 하도 조르셔서 인터넷에서 JYJ 관련 동영상을 다 찾아드렸다. 이젠 앨범도 사오라고 조르신다"며 "소녀의 감성이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30~50대가 주축인 한인 아줌마들이 아이돌 그룹 출신인 JYJ를 이토록 지지한다니. 기현상이다. 팬덤문화라고 치부하기에는 아줌마들 열기가 너무 뜨겁고 간절하다.
JYJ와 SM의 소송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한인 아줌마들은 누가 옳고 그름보다는 10대 후반부터 무대와 노래로 7년 세월을 보낸 뮤지션으로서 JYJ의 재능을 응원한다.
김모씨는 “JYJ가 공중파 방송을 못하고 있어요. 라디오 방송도 외면했어요”라며 안타까워했다. “10대부터 춤과 노래만으로 20대 중반까지 살아온 재능있는 아이들에게 대중을 만날 무대가 없다는 것은 사형선고와 다름없어요.”
JYJ 박유천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로 아줌마, 이모, 누나 팬들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성균관스캔들’로 박유천에 홀린(?) 이들은 자연스럽게 JYJ팬에 합류했다. JYJ의 아줌마 팬들은 동방신기가 결성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방신기와 젊은 날을 보냈던 팬들은 세월을 따라 나이를 먹었다. 여학생에서 아가씨로, 아가씨에서 아줌마로 변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다.
미주 지역 JYJ 팬카페 회원 김모씨는 “40~50대는 젊은 시절 민주화항쟁시대를 거친 세대입니다. 부조리에 저항했던 세대입니다. 젊은 팬층과 행보가 다르죠”라고 말했다. “JYJ 아줌마팬들은 ‘노예계약’이라고 불리는 13년 계약이 불공정 계약이라는데 동의하는 이들입니다.”
또 다른 회원 최모씨는 “20대 중반 가수 세 명이 거대 기획사를 상대로 싸움을 시작했어요. 그들은 사라지기에는 재능이 너무 아깝습니다. 아줌마들이 가수로서 열정을 가진 그들을 지지할 수 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들의 응원은) 미래 최고의 연예인, 가수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그들의 꿈을 올바르고 공정한 사회시스템에서 펼쳐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미주 한인 아줌마팬들이 JYJ를 응원하는 것은 기성세대로서 미안함의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JYJ는 2010 빌보드가 뽑은 가수 5위에 랭킹되며 주류사회 음악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한국 팬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첫 앨범 ‘더 비기닝’(Thr Begining)을 발매한 JYJ는 11월 미주투어를 시작해 뉴욕· LA·라스베이거스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다. 팬의 40% 가 아시아계 등 비한인이었다.
“JYJ 재중·유천·준수, 개개인 재능이 정말 뛰어나요. 재중이는 일본 드라마 ‘솔직하지 못해서’, 유천이는 ‘성균관 스캔들’로 배우로서 인정받았죠. 준수는 뮤지컬 ‘모자르트/천국의 눈물’로 가수 이상의 영역을 넘보고 있어요.” 미주 지역 JYJ 팬카페 회원인 김모씨는 “이토록 재능있는 뮤지션들이 기획사와의 갈등으로 음악에 대한 열정과 꿈이 사그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JYJ 팬카페 운영자 유연홍씨는 “한국에서 가수로서 꿈을 꾸는 많은 미주의 한인2세 청소년들이 한국 기획사로부터 불공정 계약 제안을 종종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예계의 불공정계약이 변화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JYJ를 응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은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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