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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인물열전] 한나, 기도로 태문을 연 여인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교무처장

불임녀 여인을 구약성서에서는 '돌계집' 즉 '석녀'라 하였다. 고대 농경사회에서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은 그 집안의 대가 끊어지는 것이고 노동력의 상실을 의미했다.

이렇듯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여인은 남존여비와 일부다처가 성행했던 고대사회에서 온갖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구약성서에서 일종의 저주로 비친 불임의 난관을 야훼 하나님의 은혜로 극복하고서 아이를 낳은 여인이 여럿 있다.

사라와 라헬이 그들이다. 이스라엘 역사에 있어서 암울했던 사사시대 말기 또 한 명의 여인이 불임의 고통으로 인해 성소에 엎드려 기도하고 있었다. 그 여인은 '은혜 또는 은총'이란 이름의 뜻을 지닌 한나였다.

한나는 경건한 레위인 엘가나의 두 아내 가운데 첫 번째 아내요 정실(正室)이었다. 그러나 한나에게는 그 마음을 짓누르는 큰 슬픔이 있었으니 그것은 오랫동안 '불임녀'로 살아온 그녀의 이력이었다.

생물학적 불임은 고대 유대사회에서는 사회적 혹은 종교적 저주나 재앙의 결과로 여겼기에 한나가 경험한 고통은 현대 여인들이 겪는 불임의 고통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아마도 남편 엘가나가 한나의 불임으로 인해 대를 이을 아들을 얻기 위해 한나의 동의를 얻어 취한 두 번째 아내가 브닌나가 아닌가 싶다.

불임의 고통에 처한 한나를 더욱 괴롭게 한 것은 심술 사나운 브닌나의 끊임없는 시기와 질투였다.

대를 이을 아이를 낳지 못하는 한나를 엘가나는 질타치 않고 오히려 "내가 그대에게 열 아들보다 낫지 아니하뇨"라고 말하면서 위로하였으니 아이를 낳은 브닌나는 약오르다 못 해 한나를 시도 때도 없이 괴롭히기 시작하였다.

한 남자의 첩이라고 하는 자신의 열등한 신분에 남편의 사랑까지 빼앗긴 나머지 질투에 눈 먼 브닌나는 한 집안의 또 다른 여인 한나의 아픔을 헤아리기는커녕 원수 삼아 한풀이를 하고 있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가운데 성품이 온유한 여인이었던 한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성소에 엎드려 눈물로 기도하는 일이었다.

한나의 나지막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눈물 섞인 애절한 기도는 하나님께 상달 되었고 때가 되어 하나님은 그녀의 태문을 열어 주셨다.

그렇게 태어난 아들이 혼란한 사사시대를 종결짓고 이스라엘 왕국의 기초를 놓은 사사이자 선지자였던 사무엘이었으니 한나는 오랜 인고의 기도 끝에 걸출한 인물을 낳은 여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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