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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섹스프리 관광? 국회의원의 '오렌지 영어'

이은미/미드웨트스대 교수

지난주 한국에서는 한 여당 의원의 발언이 물의를 빚었다. 그는 “한국은 의료와 관광을 특화시켜야 한다.

섹스 프리하고 카지노 프리한 금기 없는 특수지역을 만들어 중국과 일본 15억 명의 인구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발언했는데, 이에 한 야당 의원이 그를 비난했다는 것이다.

기사를 읽던 나는 잠시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아니 여당의원이 섹스프리(sex-free)하고 카지노프리(casino-free)한 아름다운 관광 특구를 만들겠다는데 왜 반대를 하는가? 이야말로 김구 선생님이 꿈꾸시던 아름다운 문화의 나라가 아닌가?

그런데 기사를 마저 읽다 보니 슬슬 윤곽이 잡혀왔다. 그러니까 그가 의도한 본래 뜻은 ‘free-sex’, ‘free-casino’ 쯤이었으리라. 섹스도 자유롭게 카지노도 자유롭게, 그런 신나는 관광 특구를 한국 어딘가에 조성을 하시겠다는 발상이렷다.

그분의 생각도 기이하지만, 그분이 사용한 영어도 참 자유분방하셔서 쓴 웃음을 짓고 말았다. 한나라의 입법기관, 국회의원이라는 분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생각도, 언어도 참 한숨이 나온다.

영어에서 어떤 어휘에 잇대어서 ‘-free’라는 어휘를 붙이면 새로운 뜻이 형성되는데 이 때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요즘은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식이요법에 관심을 가진 이가 많고, 그래서 식품점에서도 꼼꼼하게 성분표나 칼로리를 점검해보는 경우가 많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 음료를 고르는 사람은 무가당 음료(sugar-free drink)를 찾는다.

비만이나 고혈압이 염려스러울 때는 지방질이 제거된 식품(fat-free food)에 관심이 많다. 직장 중의 으뜸은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일터(stress-free job)가 될 것이다. 요즘 금연 운동이 범사회적으로 진행되면서 비흡연 구역(smoke-free zone)이 늘어나는 추세라서 흡연자들의 애로가 많다.

미국의 초 중 고등학교에서는 정기적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을 실시한다. 마약 없는 학교(drug-free school)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운전 중 핸드폰으로 사용하면 주에 따라서는 교통경관이 발부하는 티켓을 받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핸즈프리 (hands-free) 모바일폰을 사용하면 된다. 손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도구들을 가리킬 때 hands-free라는 형용사를 붙인다.

위에 열거된 예문에서 어떤 규칙성을 발견하신 독자라면, 장담컨대 ‘언어학자’가 될 소질을 갖고 태어나셨다고 할 만 하다. 어떤 어휘에 ‘-free’를 이어 붙이면 ‘무엇이 제거되거나 금지되거나 없는 상태를 가리키는 형용사’가 된다.

그렇다면, 이 원리를 sex-free, casino-free에 적용시켜 보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섹스 산업이 없는’, ‘카지노 산업이 없는’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섹스프리, 카지노프리를 주장한 의원님의 영어는 그 반대 뜻이었던 모양이다. 섹스산업과 카지노 산업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관광 특구.

내가 나이 사십을 넘긴 어른이 된 후에도 도통 이해를 못하는 현상이 몇 가지 있다. 가령, 마약은 위험하다고 금지시키면서, 역시 인체에 해롭다는 담배는 왜 버젓이 팔리는 것일까?

카지노를 사행성 오락장으로 보면서 왜 그런 사업을 합법화하고 영업을 허가하는 걸까? 성매매가 부도덕한 행위임을 알면서 어떻게 성매매 자유구역을 선포할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내가 지대한 도덕주의자라서 모든 것을 다 없애버리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가끔 사회가 지탄하는 대상을 사회가 허용하는 것을 보면, 나의 판단력에 자신감을 잃게 된다.

그 ‘섹스프리, 카지노프리’ 의원께 묻고 싶다. “당신은 가족과 더불어 떳떳하게 카지노에서 놀고, 자유 성매매를 하고 싶은가? 정말 그러고 싶다면 당신이 좋아하는 그 자유 충만한 도시로 ‘프리하게’ 가라. 하지만 한국을 당신의 몰상식한 놀이터로 만들 궁리는 접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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