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컨퍼런스, 성공한 커리어우먼도 여전히 가사·육아 고민
아직까지는 남성중심 사회
섬세한 여성파트너십 중요
차세대 여성 리더 키워야
이날 행사에는 모두 1만4000여명의 여성들이 참석했다. 컨벤션 센터 메인 스테이지를 빼곡히 메운 여성들을 보면 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 컨퍼런스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무려 10시간동안 여성들이 박수와 환호 눈물로 공감한 여성 컨퍼런스를 통해 바라본 2010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총정리했다.
◇여전히 가사와 육아로 고민하는 여성들
여성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지 90년. 첫 연방대법관이 배출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문직 여성들의 고민은 가사와 육아였다. 여성 컨퍼런스에 나온 여성 게스트들은 하나같이 가정과 직장을 병행하는 삶에 고민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았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임명으로 미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첫 여성대법관이 된 샌드라 데이 오코너 판사(80)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판사(77)는 "여성들의 육아와 가사에 대한 고민이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학대학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도 로펌들이 여성 변호사를 채용하지 않아 취업이 힘들었던 그녀는 갖은 차별을 딛고 1969년부터 75년까지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으로 76년부터 주 판사로 활동했다. 오코너 판사는 "당시 남편(존 오코너.작고)이 도와줬지만 요리나 청소 살림은 큰 고민이었다"며 "고 털어놨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판사(77)는 좀 나은 편이다. 1980년 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임명한 그녀는 "오코너 판사 덕분에 편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긴즈버그 판사도 역시 가사와 육아로 고민했다고 말했다.
긴즈버그 판사는 "내가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남편(마틴 긴즈버그.작고)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런 생활도 힘들었을 것"이라며 "남편은 최고의 요리사였다. 결혼생활동안 한번도 불평없이 요리를 도맡았다. 그가 없었다면 자녀들도 제대로 키우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코너 판사가 기억하는 권리투쟁은 화장실 부터였다. 연방대법원에 첫 출근한 날 여성 화장실이 없어 남자 화장실의 한 코너를 막아서 사용해야 했다. 대법원에게 주는 개인 주차장에도 남성 판사를 상징하는 '미스터 저스티스(Mr. Justice)'가 쓰여져 있었다고 회상한 오코너 판사는 "이 타이틀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판사가 두번 째 여성 대법관이 임명된 후에야 사라졌다"고 전했다.
반면 긴즈버그 판사는 "여성에 대한 시각에 좀 더 여유있게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긴즈버그 판사는 "간단한 조크에도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남성들의 마음을 더 닫게 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언제나 유머를 가져라"고 강조했다.
◇남성 리더들이 전하는 여성사회
"이제는 여성 파트너십이 필수다."
필 나이트 나이키사 회장은 이날 제3세계 여아들에 대한 교육 투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필름을 상영해 큰 반응을 얻었다. 이 필름은 교육을 받지 않은 12살 소녀는 쉽게 미혼모가 되고 매춘 마약 등에 빠져 삶을 자녀들에게 대물림하고 있다고 알리며 이들의 삶이 개선될 수 있도록 선진국에서 교육을 적극 지원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나이키사는 전체 수입의 3%를 관련 비영리 기관에 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이트 회장은 "사실 이 아이디어는 여성 간부가 주장해 만들어진 것이며 그녀의 말을 들었기에 내가 여기서 박수를 받는 것"이라며 "여성 리더는 남성과 달리 섬세하다. 여성 파트너십이 없다면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마케팅은 쉽지 않다. 여성 파트너십은 이제 기업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커피사의 하위드 슐츠 회장은 가정에서의 여성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닉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는 "아직까지 이 사회는 남성 중심이다. 여성들의 파워가 지속되려면 교육 외에는 길이 없다"며 "자녀들의 교육에 더 투자하는 것만이 여성들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아를 찾고 리더를 키워라
여성 컨퍼런스는 오전과 오후 주제발표 시간 외에 14개로 나눠진 세션이 진행됐다. 오전시간에 가장 인기를 끈 강연은 '음식과 살빼는 고민 해소법'이라는 주제가 진행된 강연이다. 무려 3000여명이 몰렸다. 강사는 'NBC방송국의 히트 리얼리티 쇼 '최고의 실패자(The Biggiest Loser)'에서 트레이너로 나오는 질리안 마이클스. 그녀는 참가자들과의 일대일 대화에서 "여성들의 고민은 다이어트이지만 실상은 자아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차세대 여성 리더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현재 알려진 여성 리더들은 대부분 권위적인 남성 사회에 도전해 한 계단씩 올라왔던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차세대 리더들은 다르다. 남성사회보다 낮은 지위에서 끊임없이 겨루고 싸워 올라왔던 시대가 아니라 이제는 남성들과 똑같은 위치에서 출발하고 겨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세대 여성 리더는 더 많은 교육과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연자들은 지적했다.
또 여성 네트워크의 활성화도 중요성으로 꼽았다. 남성보다 사회 경험이나 활동이 많지 않은 만큼 차세대 여성들이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선배 여성 리더들의 지도나 멘토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셸 오바마 대통령 부인은 "여성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돌아보고 이끌어주는 것이다. 여성들의 역할이 올바로 서면 우리가 사는 커뮤니티와 사회가 더 많이 부드러워질 것"이라며 협력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마리아 슈라이버 주지사 부인은 "과거의 여성상을 돌아보고 새로운 여성상을 세우려면 서로 협력해야 한다"며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참가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계획하는 삶을 개척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목표를 가지고 돌아갔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연화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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