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업체들 ‘폭염과의 전쟁’
실내 온도, 바깥보다 높아…생산성 하락, 직원 건강 위협 우려
화씨 100도가 넘는 무더위는 직원들의 작업 능률을 떨어뜨리고 건강마저 위협하기 때문이다. 폭염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한인업체들을 업종별로 살펴 봤다.
◇ 건설=뙤약볕 아래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직원들이 더위를 먹지 않도록 얼음물을 수시로 제공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있다.
또 공사에 쓰는 콘크리트가 팽창하기 쉽기 때문에 작업 후 물로 식혀 줘야 하는 등 평소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델타건설 김승걸 사장은 “요즘처럼 더울 때는 업무 능률이 잘 오르지 않기 때문에 주로 오전에 일을 하고 오후에는 1시간 정도 일찍 마치고 있다”고 말했다.
누리건설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더위가 최고조에 달하는 오후 2시쯤에는 반드시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있다.
◇ 세탁소=한마디로 더위와의 싸움이다. 각종 기계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는 물론이고 다림질을 하기 위해서는 고온의 기계가 필요하기 때문. 외부 온도가 화씨 100도라면 업소 안은 120∼130도는 족히 될 것이라는 게 업주의 설명이다.
롱아일랜드시티 세탁공장 ‘크리스털 셔츠서비스’ 정영종 사장도 유난히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다림질을 위해 셔츠 프레스 기계를 사용할 때면 등과 얼굴을 타고 땀이 줄줄 흐른다. 에어컨은 기계에서 나오는 열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 아예 가동하지 않고 있다.
정 사장은 “빨리 더위가 지나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세탁업계에서는 창문이나 문을 열어놓고 대형 선풍기를 돌려 열기를 밖으로 빼내는 것이 유일한 더위 극복 방법이다.
퀸즈 자메이카에서 ‘힐사이드 김스클리너’를 운영하는 서니 김 사장은 “세탁소를 운영한 지 5년 정도 됐는데 첫 해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이제 겨우 적응이 됐다”고 밝혔다.
◇ 봉제=작업장에 에어컨이 없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봉제기계에서 나오는 열기로 인해 체감온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맨해튼 이노패션 곽우천 사장은 “아무래도 더운 날씨에는 작업 능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난주부터 오전 업무를 30분 당겨서 시작하고 대신 오후에 1시간 일찍 마치고 있다”며 “무더위가 가실 때까지는 단축 작업으로 직원들의 건강을 보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식당=고객들은 시원한 음식을 찾아 오지만 뜨거운 불 주변에서 일해야 하는 주방 직원들은 고통스럽기 그지 없다.
맨해튼 강서회관 남낙현 주방과장은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를 하기 때문에 땀이 많이 나는 데다 주문량이 늘어 힘이 든다”며 “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돌솥을 취급하는 순두부 전문점 주방장들도 어려움이 크다. 맨해튼 북창동 순두부는 점심시간에 한창 바쁠 때는 40개의 가스 스토브에서 순두부와 돌솥밥을 요리한다.
이한빈 부장은 “돌솥밥과 순두부는 일반 요리보다 불이 3배는 뜨거워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며 “냉국수나 오이냉국 등 시원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자동차 정비=역시 작업장의 특성상 에어컨을 가동할 수 없어 어려움이 크다.
심재택자동차종합정비 관계자는 “더운 날씨에는 자동차의 냉방장치 고장으로 찾아 오는 고객이 평소보다 50%는 늘어난다”며 “작업복을 입고 자동차 밑에서 일을 하다 보면 땀이 비 오듯 흐른다”고 말했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찬물을 자주 마시거나 작업 중간중간에 서늘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뿐이다.
권택준·김동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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