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아들아…'대답없는 메아리' 랭캐스터 일가족 살해사건 발생 2년
실종 태권사범 아버지 아직도 절규
아버지 날을 맞아 가족들은 오랫만에 서로를 닮은 미소를 주고 받으며 팍팍한 삶을 잠시 잊었다. 겉으로 다들 웃었어도 자리를 뜰 때까지 아무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아들이자 막내동생의 빈자리다.
2008년 6월23일 한인사회를 떠들썩 하게 했던 랭캐스터 일가족 살해.방화 사건의 '실종된 피해자' 윤시영(당시 34세) 사범 가족들이다.
오늘(23일)로 윤 사범은 2년째 실종 상태다.
사건은 LA에서 북쪽으로 70여마일 떨어진 랭캐스터 지역 한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비롯됐다.
불이 꺼진 주택에서 박영화(당시 34세)씨와 두 자녀 홍(당시 13세)양과 찬(당시 11세)군 박씨의 형부 조셉 시가넥(당시 60세)씨 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박씨와 당시 사귀고 있던 윤 사범도 이날 행방불명됐다.
사건 발생 닷새만에 숨진 박씨의 전남편 심재환(40)씨와 심씨의 고향친구 권태원(38)씨가 체포됐다. 셰리프국은 이들이 윤 사범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신 없는 살인 혐의가 적용된 이유다.
윤 사범의 아버지 윤철규(66) 목사는 2주년을 하루앞둔 22일 병상에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만성 신장병 환자다. 혈액투석을 받던 중이라고 했다. "다들 아들이 죽었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어요. 바람이고 소망일 뿐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혈액이 들고나는 튜브를 꼽은 아버지는 아직도 아들의 사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한해도 윤 목사는 어렵게 살았다. 아들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아픔도 버거운데 생활고까지 짊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도 용의자 심씨와 권씨의 재판은 꼬박꼬박 찾아다녔다.
"혹시라도 그 사람들이 아들에 대해 한마디라도 입을 열까 해서 찾아갑니다. 매번 허탕을 쳐도 그 사람들 말고는 아들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잖아요."
아들의 시신 조차 찾지 못한 아비에게는 미움의 감정도 사치인 듯 싶었다. 용의자들에 대한 재판은 아직 진행중이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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