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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찰리 호텔 오스카 Charlie Hotel Oscar?

어린 시절에는 추리소설이나 공상과학소설이 재미있었습니다. 무척 많은 양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소설의 내용 중에는 암호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암호는 비밀언어이고, 특수한 집단의 결속력을 높여주는 기호였습니다. 저도 친구들과 어려운 암호를 해독해 보기도 하고, 우리끼리의 암호를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암호를 외우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지만 새로운 언어체계를 만드는 기쁨도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Charlie Hotel Oscar’라는 표현을 보고서 곧바로 제 성의 영문명인 ‘CHO’를 떠올리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둘째 아들도 곧바로 알아차렸습니다. 포네틱 코드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알파벳을 이야기할 때 발음이 부정확하여 혼동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 각 알파벳에 해당하는 어휘를 붙여놓은 것입니다. 영어에서 B와 V를 구별하기 위해서 as in Boy 나 as in Victory로 구별하던 방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위의 방법은 NATO에서 통일하여 사용한 코드이기에 나토 포네틱 코드, 나토 포네틱 문자라고도 합니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실수가 없어야 하는 곳에서 사용하는 체계입니다.

Charlie Hotel Oscar, Hotel Yankee Uniform November, Yankee Oscar November Golf는 제 영문 이름을 나열한 것입니다. 별 의미도 없고 그다지 낭만적이지도 않습니다. 이왕이면 기억에 남으면서도 의미도 좋은 이름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참을 생각했는데 특별히 떠오르는 어휘는 없고 머리만 아팠습니다. 혹시 궁금한 분은 나머지 알파벳도 찾아보세요. 그 중에는 무슨 뜻인지 전혀 알기 어려운 어휘도 있었습니다. F를 나타내는 어휘는 ‘Foxtrot’라는 단어였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 트로트와도 관계가 있는 단어라고 합니다.

어릴 때는 숫자를 셀 때 특별한 어휘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한 놈, 두시기, 석 삼, 너구리, 오징어’와 같이 세기도 합니다. ‘하나, 둘, 셋, 넷’을 ‘하나, 둘, 삼, 넷’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도 셋과 넷의 발음이 비슷하여 혼동이 될까 봐 구별한 것일 겁니다. 우리나라 포병에서는 숫자를 셀 때 ‘하나, 둘, 삼, 넷, 오, 여섯, 칠, 팔, 아홉, 공’으로 센다고 합니다. 중간에 ‘삼, 오, 칠, 팔, 공’은 한자계 수사를 써서 혼동을 피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사흘이라는 단어가 한동안 뉴스에 나온 적이 있습니다. 사흘 연휴가 왜 4일이 아니고 3일이냐는 질문이었는데 사흘에 ‘사’라는 말이 들어가서 혼동이 된 듯합니다. 사실은 사나흘은 서너 개와 관련이 있는 표현입니다. 셋을 ‘서이’라고도 합니다. 서와 사가 서로 모양을 바꾼 겁니다.

우리말에서는 오히려 자음의 명칭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자음의 명칭이 규칙적이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기역, 디귿, 시옷은 늘 혼란스럽습니다. 또한 기역에 영향을 받아서 ‘키역’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응의 영향을 받아서 ‘히응’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북한의 자모 명칭이 달라서 앞으로는 더 복잡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는 ‘기윽, 디읕, 시읏’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쌍기역을 ‘된기윽’이라고 합니다. 자모의 명칭부터 통일이 필요합니다.

한글 자모나 알파벳, 그리고 숫자의 발음은 혼동이 되는 경우도 많고, 혼동되어서 위험한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의 이름이나 주소, 전화번호 등을 적어야 할 때는 늘 조심스럽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때, 자신의 전화번호를 불러줄 때도 늘 틀릴까 봐 조심합니다. 한글 자모의 발음 혼동을 예비하기 위한 어휘 목록도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왕이면 좋은 뜻을 담고 있는 낭만적인 단어들이면 좋겠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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