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식의 신 미국유람] 모든 것이 발 아래…“이게 최고봉 오르는 맛”
<1> 조지아 최고봉 브래스타운 볼드
13년 만에 다시 찾은 최고봉
비와 진눈깨비에 덮쳐 고생
맑은 날엔 탁트인 전망 일품
![브래스타운 볼드 정상에 있는 전망대 앞에선 필자. 잠시 비가 멈추고 안개가 걷히는 순간 급하게 찍은 사진이다. [사진= 김평식 씨]](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originals/2021/11/03/184006001.jpg)
브래스타운 볼드 정상에 있는 전망대 앞에선 필자. 잠시 비가 멈추고 안개가 걷히는 순간 급하게 찍은 사진이다. [사진= 김평식 씨]
![브래스타운 볼드 정상 전망대와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오르내리는 셔틀버스. [사진= 김평식 씨]](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originals/2021/11/03/184115848.jpg)
브래스타운 볼드 정상 전망대와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오르내리는 셔틀버스. [사진= 김평식 씨]

브래스타운볼드 정상 전망대

브래스타운 볼드 정상 방문자센터 안내 표지판. 브래스타운 볼드는 채터후치 국립삼림지역 내에 있다.
브래스타운 볼드(Brasstown Bald)는 해발 4784피트로 조지아주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다. 지난 4월 두번 째로 이곳을 찾았다. 무려 13년만이다. 비록 산이지만 나로서는 어떤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회 못지 않은 설렘과 감회를 느꼈다.
필자가 미국 50개주 최고봉 전부를 오른 해가 2008년도 였으니 무려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3년이나 더 흐른 세월이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세월 후에 다시 찾아 왔건만 이 산과 필자 사이에 궁합이 안 맞는지, 또는 삼재가 끼었는지 도저히 인연이 안 맞아 들어간다. 2008년 4월 23일 처음 왔을 때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부공사 때문에 정상 전망대는 임시 폐쇄 중이었다. 그런 사정도 모르고 당시 미주리주 최고봉을 등정한 후 이곳까지 598마일을 장장 13시간이나 운전하며 달려 왔으니 그 실망감이란.
전날까지만 해도 조짐이 좋았다. 석양 해가 기우는 저녁 때인데도 이왕이면 정상과 조금 더 가까운 곳에 기를 쓰고 잡은 숙소가, 앉아도 하필이면 시아버지 무릎 위에 앉는다고 브래스타운 볼드 정상 봉우리가 빤히 올려다 보이는 명당자리였다. 모텔 방 안에서 창문을 통해 정상을 바로 볼 수 있었으니 이런 행운이 어디있나 싶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벌렁거리는 마음을 추스르며 아침 일찍 올라가니 정상 일대가 내부 공사로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근 600마일을 달려왔다는 필자의 낙담한 몰골이 보기에 딱하고 측은했던지 엘리베이터 수리공이 전망대 위는 안되지만 엘리베이터 위까지만이라도 올라가 보라는 하늘같은 은혜를 베풀어 주었다. 꿩대신 닭이라고 그것도 감지덕지, 황송한 마음으로 올라가 보니 입이 딱 벌어진다.
언감생심 어느 화방쟁이가 이와 비슷한 화폭이라도 한점 그려낼 수 있단 말인가. 아니면 어느 작가가 사방팔경에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광을 실감있게 표현하리오. 정말 가을 단풍이라도 드는 제철에 오면 더더욱 장관,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었다. 석조건물로 된 전망대는 평소에 방문객 센터로도 사용되지만 평일에는 산불 감시요원들이 근무하는 곳이라는데 이번 2차 방문 때도 코로나 때문인지 입장이 금지되어 있어 결국 올라가 보질 못했다. 더구나 이번엔 웬 놈의 비까지 쉬지도 않고 쏟아지는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상에는 4월인데도 짙은 안개에 진눈깨비와 우박까지 쏟아지니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
세찬 비바람에 추위까지 겹치니 제 아무리 산을 좋아하고 사랑한들 나도 모르게 애정이 애증으로 변하는구나. 이 세상에 여자가 너 아니면 더는 없다더냐. 짝사랑 치고는 너무 상처가 깊구나. 오직 너를 보기 위해 십 수년을 하루도 잊지 않고 불원수만리를 찾아왔건만 아쉬운 발걸움을 되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여행 메모
조지아주 최고봉 브래스타운 볼드는 애틀랜타에서 북쪽으로 약2시간 거리에 있다. 19번 하이웨이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다 180번 길로 들어서면 얼마 안 가 브래스타운 볼드 사인이 나온다. 1인당 입장료 5불.
전망대에 이 지역 원주민인 체로키족의 역사와 생활을 재현해 놓은 작은 박물관이 있다. 볼드(Bald)라는 말은 360도 시야가 탁 트인 정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브래스타운 볼드에서 북쪽으로 30마일 정도 가면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나오고 유명한 블루리지파크웨이(Blue Ridge Pkwy)도 만날 수 있다. 또 인근 미국의 3대 등산로의 하나인 애팔래치안 트레일( Appalachian Trail)의 첫 출발점인 아미카롤라 폭포도 간 김에 둘러보면 좋다. 애팔래치안 트레인은 조지아주에서 메인 주까지 이어지는2150마일의 유명한 등산로이다.
▶김평식
여행 등산 전문가. 꾸준히 여행칼럼을 집필했으며 ‘미국 50개주 최고봉에 서다’ ‘여기가 진짜 미국이다’ 등의 저서가 있다. 연락처 (213)736-9090
김평식 / 여행 등산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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