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의미까지…'외교 행낭'에 담겨 LA로
[태극기 어떻게 옮겨졌나]
철저한 보안, 면책 특권까지
공항 수색·통관 검사 안받아
분실 훼손은 곧 비상 사태로
공수 과정…새삼 중요성 느껴

한국산 태극기는 총 14개 박스에 담겼다. 이는 외교 행낭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황인상 부총영사와 김유진 실무관이 태극기가 담긴 박스와 파우치 형태의 외교 행낭을 열어보고 있다. 김상진 기자
태극기 반입은 외교관의 면책 특권(diplomatic immunity)이 적용될 정도로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만큼 국기는 중요하게 다뤄진다.
지난 2일 총영사관 5층 접견실. 영사들 얼굴에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외교 행낭(diplomatic pouch)’을 언론에 공개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수된 6000여개의 태극기는 한국 외교부 박스에 담겨 지난달 30일 LA국제공항(LAX)에 도착했다.
하나씩 세어보니 총 14개다. 태극기가 담긴 박스는 전부 외교 행낭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보통 외교 행낭은 진회색(사진 참조)의 파우치 형태이지만, 영사관측은 “이번 태극기 공수처럼 내용물이 많을 경우 특별 박스 형태로도 운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가까이서 살펴봤다. 외교 행낭 박스는 모든 모서리와 접합 지점마다 ‘diplomatic pouch’라는 글씨가 새겨진 남색 특수 테이프로 밀봉돼 있었다. 한국 외교부의 인장도 선명하게 보였다.
태극기에 대한 보관, 감독 등은 최윤경 총무영사가 전담한다. 총영사관내 모든 태극기는 행정안전부의 태극기 게양·관리 및 선양에 관한 규정에 따라 관리된다.
최 총무영사는 “외교 행낭에 붙는 테이프는 특수 처리돼 있다. 한번 떼면 흔적이 남는다. 접착력이 사라져 원상태로 다시 붙지 않는다. 재사용을 막거나 훼손 여부를 알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외교 행낭은 공항 수색이나 압수 등에서 제외된다. 통관 검사도 받지 않는 특권이 주어진다. 재외공관 주재국 정부조차 이를 열 수 없다. 이러한 외교 행낭에 태극기가 담겼다. 국기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 기자가 카메라를 들자 김유진 실무관이 황급히 일부 태그를 손바닥으로 가렸다. 보안을 위해서다.
황인상 부총영사는 “(외교 행낭은)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루기에는 가장 까다롭다. 총영사관 내에선 이 외교 행낭이 'VIP’”라고 말했다.
외교 행낭에 적힌 고유번호 등은 절대 외부에 노출되면 안된다는게 영사관측의 설명이다.
그토록 중대한 태극기를 담은 외교 행낭이 LAX에 도착했을때 영사들은 초긴장 상태였다. 무려 1개도 아닌 14박스의 외교행낭이 대량으로 반입돼서다.
최 총무영사는 “외교 행낭이 분실되거나 훼손된다는 건 그야말로 국가 비상에 해당되는 일”이라며 “행여 항공편이 연착돼 외교 행낭 도착 시간이 조금만 지연돼도 (영사 입장에서는) 아찔한 상황에 놓인다”고 말했다.
LA총영사관측은 이날 태극기가 담긴 외교 행낭 박스를 운반하기 위해 특별히 공관 소유의 대형 밴 차량까지 사용했다.
외교 행낭은 아무나 받을 수 없다. 사전에 한국 외교부와 내용물, 일련 번호(매주 바뀜), 납봉된 암호 장치, 수신담당 영사 등을 기밀로 주고 받은 뒤, 그 정보에 의해서만 공항내 별도 출입처에서 최종 수령이 가능하다. 이날 태극기가 담긴 외교 행낭 수령 역시 이처럼 까다로운 절차와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황 부총영사는 “‘규격만 맞으면 그냥 써도 된다’는 말은 태극기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이라며 “국기는 곧 국가를 상징하기 때문에 그 의미는 상당하다. 국기에 대한 인식 제고, 애국정신 함양 등 한인 2세들을 위해서라도 올바른 태극기 사용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장수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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