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과학] 미세플라스틱의 역습
현대사회의 중요한 미덕중에 하나는 청결함과 위생이다. 아침에 처음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이를 닦고 세면을 하는 것처럼 청결과 위생은 현대인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일상생활에서 청결함과 기술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미세플라스틱이다. 위생과 미세플라스틱? 이 생소한 관계는 간단히 치약과 세안제를 보면 쉽게 풀린다. 피부각질 제거 세안제와 치약을 자세히 보면 거칠고 톡톡 터지는 느낌을 주는 아주 작은 알갱이를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미세플라스틱이다.
그러나 인간이 창조한 이 축복받은 물질은 의도하지 않은 문제를 일으킨다.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어 사라지지 않는 반영구적 물질이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끊임없이 우리주변을 맴돈다.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은 수거하여 처리할 수 있다고 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은 심각한 문제가 된다. 5㎜이하의 미세플라스틱 알갱이는 사용된 후 자연스럽게 하수구를 통해 강으로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바다로 들어간 미세한 알갱이들은 마치 물고기의 알처럼 보여 다른 물고기들과 바닷새들의 먹이 아닌 먹이가 된다. 먹이사슬의 연쇄고리를 따라 이 물질은 알바트로스, 갈매기, 펭귄, 해양 포유동물의 몸속으로 유입된다. 그리고 다시 인간의 신체로 유입된다.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연구팀은 국내 연안에서 서식하는 굴, 게, 지렁이 등 139개 개체의 해양생물의 배설물 중 135개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 그리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팀은 초미세플라스틱이 물고기의 배아에 침투하여 미토콘드리아를 파괴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 역할을 하는 소기관이다. 발전소의 파괴는 에너지공급에 차질을 가져오고 그 생물체는 제대로 활동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세 플라스틱의 확산을 해결할 수 있는 궁극적인 기술적 공학적 해결책은 아직 없다. 미세플라스틱 알갱이가 들어간 세정제를 사용하는 청결한 삶이 반드시 미덕은 아닐 수도 있다. 청결함과 위생은 인간의 본성이라기보다는 역사적이고 문화적 개념이다. 우리가 맹목적으로 추구하던 청결과 위생을 위해 사용한 기술이 오히려 인간을 위협할 수 있다. 인간은 기술을 통해 그 존재를 확인한다. 기술은 인간의 존재성을 형성하고 또한 인간은 기술발전의 방향을 결정한다. 이 상호관계의 균형이 무너질 때 인간이라는 생물종 자체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이제 우리의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김기흥 / 포스텍 교수 인문사회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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