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덕분에 미국 지하벙커 사업가들 웃는다
북 미사일 시험 발사 후 매출 5배까지 뛰어
수산물과 채소 기르며 5년까지도 생존 가능
북한의 위협이 거세지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다. 업체들은 개인용 벙커는 물론 호텔형까지 내놨다. 가격도 수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까지 다양하다.
텍사스의 지하벙커 제작사 '라이징 S 컴퍼니'는 최근 NBC뉴스에 지난 8월 기준으로 한 달 매출이 5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대비해서는 7배가 늘었다. 이 회사의 지하벙커 가격은 4만5000달러에서 830만 달러까지 다양하다. 라이징 S 컴퍼니의 개리 린치 CEO는 이 중 4인 가족을 위한 모델이 가장 잘 팔리는데 가격은 12만 달러라고 소개했다.
LA의 '아틀라스 서바이벌 셸터스'도 올해 창사 36년 만에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이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를 한 후부터 주문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 회사의 지하벙커 가격은 1만8999~16만4999달러다.
이 회사들이 파는 벙커는 파이프 형태다. 전기는 외부의 태양광 패널을 통해 확보한다. 저장고에 음식과 물을 챙겨놔서 기본 6개월에서 1년간 생활이 가능하다.
지하벙커는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가 지난 2015년 핵종말의 위협에 대비해 지하벙커를 완공했다고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었다. 크루즈는 그는 베벌리힐스의 대저택 지하에 수백만 달러를 들여 벙커를 만들었다. 이 벙커는 운동장과 세탁실을 비롯해 두 개의 침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경우 보유 중인 부동산마다 벙커를 설치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기업형 호화 벙커들도 등장했다. 캔자스주에 위치한 '서바이벌 콘도'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8년 건설업자 래리 홀 등 4명이 과거 미군이 미사일 격납고로 사용하던 벙커를 구입한 뒤 2000만 달러를 들여 콘도로 개조했다. 지하 15층으로 이뤄졌으며 각 층은 50평 넓이로 침실과 거실, 주방, 화장실 등을 갖췄다. 벽은 약 2.74m 두께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졌고 바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있다.
광섬유 케이블을 이용한 인트라넷은 물론 영화관과 수영장, 스파, 인공암벽장, 헬스장까지 있다. 콘도에는 수산물을 기를 수 있는 수족관과 채소를 가꿀 비닐하우스가 있어 75명 전체 입주민이 5년 남짓 생활할 수 있다. 외부 침입자를 막을 무기고와 사격장까지 갖춘 말 그대로 요새다. 반 개 층이 150만 달러, 한 개 층 전체는 400만 달러다.
사우스다코타주에 있는 '비보스 x포인트(Vivos xPoint)'도 주목을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회사 비보스는 1967년까지 군용 창고로 사용됐던 이곳을 사들여 최신식 '벙커 마을'로 개조했다. 575개 벙커에 최대 5000명을 수용할 수 있고 체육관·스파·의료시설 등 공용 시설이 있다. 특히 정원은 비상식량이 떨어졌을 때 자체 생산을 가능케 하도록 설계됐다. 각 벙커는 소유주 취향대로 개조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럭셔리 지하벙커는 비보스가 개조한 '테라 비보스(Terra Vivos)'다. 이 시설은 냉전시대에 건설된 것으로 1965년 이동통신기업 AT&T가 핵공격으로부터 통신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했다. 이 벙커에는 최대 135명의 사람들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식량과 의류가 있다. 내부 인테리어를 위해 대만의 요트 제조업체에 주문해 부품들을 공급받는가 하면 콘도 수준의 편의시설을 갖췄다. 강도 10의 지진은 물론 지면 온도가 10일 동안 676℃로 유지돼도 안전하며 홍수가 일어나도 3주일을 버틸 수 있다. 비보스의 로버트 비치노 최고경영자(CEO)는 바스토우를 포함 미국 전역에 19개소 이상의 테라 비보스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보스의 로버트 비치노 EO는 "부모 세대의 대피소는 안락한 공간이 아니었다. 그러나 잿빛 공간에서 인간은 오래 생활할 수 없다"며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안락함 뿐 아니라, 집을 떠났을 때 기대하는 편의까지 모두 갖줬다"고 말했다. 조지아주 사바나 근처에는 5성급 벙커가 들어섰다. 지하 약 14m 깊이에 지어진 이 시설은 1969년 미군에 의해 만들어져 훈련시설로 이용돼 오다가 2012년 부동산 업체인 베스천홀딩스가 인수해 개조작업을 했다. 집안 곳곳에 10만 달러 어치의 고성능 폐쇄회로TV(CCTV)와 방사능과 같은 오염물질을 씻어낼 수 있는 특수 샤워실까지 구비돼 있다. 베스천홀딩스는 대놓고 "5성급 호텔과 맞먹는다"고 선전했다. 한 채의 분양가는 1750만 달러에 이른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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