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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 무한 가능성…현대적 재해석 필요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트 뮤지엄' 김현정 큐레이터에게 '한국 미술의 미래'를 묻다.

단아한 여백의 미에 매료
명상하듯 감상하는 관람객도
전시실은 뿌리 교육의 장
한인들 견해 공유해달라
인력 교류·유물 대여 등 절실
내년 나전칠기 전시 준비중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트 뮤지엄 (Asian Art Museum of San Francisco)이 미국내 한국미술 전문 미술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1989년 한국 밖에서는 처음으로 독자적 한국미술 전시관을 설립한 이곳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미술품은 800여점. 삼국시대 토기와 고려청자 등 다양한 시기의 작품이 골고루 갖춰져 있으며 나전칠기 같은 예술적 가치가 높은 한국 전통 공예품이 상당수 전시돼 있다. 특별히 이곳은 1995년 이종문 회장(AmBex 벤처그룹)이 1600만달러를 기증, 뮤지엄에 이종문 아시아예술문화센터(Chong-Moon Lee Center for Asian Art & Culture)가 설립된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한국미술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김현정씨와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지난주 LA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미술 심포지엄에 참석한 그는 2006년부터 4년간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한국미술 큐레이터로 활동한 한국미술 전문가다.



그로부터 미국 속 한국미술의 미래를 들어본다.

- 현재 한국미술의 위상은?

이제는 미국 미술계에서도 한국 미술의 독창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아시안 아트 뮤지엄을 찾는 많은 관람객이 한국 미술의 다양함과 품격 있는 아름다움에 놀라곤 한다. 아름답게 수 놓은 활옷과 정교한 조각보의 화려한 색감도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지만 한국 특유의 차분하고 단아한 여백의 미에 매료되는 관람객도 많다.

실제로 달 항아리 등 조선 백자 앞에서 오랫동안 고요하게 명상하듯 서있는 관람객을 자주 보곤 한다. 특히 한국의 도자기는 이곳 도예가들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다.

- LACMA에서의 활동과 다른 점은?

미국 내 한국 미술 홍보의 중요 거점인 두 미술관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LACMA는 동·서양 전체를 아우르는 백과사전식 미술관으로 세계 미술 속에서 한국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아시아 미술 자체에 문외한인 관람객이 적지 않아 어려웠지만 한국미술을 세계미술의 관점에서 연구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반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아시아 속에서 한국 미술의 정체성이라는 보다 심도있는 화두를 가지고 작업하고 있다.

7개의 다양한 문화권으로 구성된 역동적 아시아의 역사 속에서 한국 문화의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는 일은 매우 흥미롭다.

두 미술관의 소장품도 약간 차이가 있다. LACMA의 주요 컬렉션은 2000년 이후 새로 콜렉션된 것들이 대부분인데 아시아 미술관은 에버리 브런디지 (Avery Brundage, 1887-1975)가 50년 전 기증한 아시아 미술품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지금은 보기 쉽지 않은 양질의 고려청자 컬렉션이 포함되어 있다. 학습의 폭과 방향이 달라 연구와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다.

- 특별히 의미있는 전시회는?

2013년에 열었던 '조선왕실, 잔치를 열다' 특별전은 무려 11개 기관에서 115점의 유물을 대여받은 대규모 기획전으로 매우 뜻깊은 전시였다.

향연과 의례에 대한 기록과 예술작품을 통해 격조 높은 조선시대 왕실과 사대부의 미감과 문화를 보여준 전시였는데 최첨단 영상 기술을 활용해서 다양한 전시 기법이 관람객에게 어필, 상당한 호응을 받았다.

또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에서 열었던 한국 현대 도자 기획전도 특기할 만한 전시회다. 한국 현대도예가의 대표작 75점이 선보인 이 전시에는 8개월 전시기간 중 300만명이 전시공간을 지나며 한국의 아름다운 도자를 감상했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넘어,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을 전세계인에게 보여줬는데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어 매우 보람을 느낀다.

- 아시안 아트 미술관의 대표적 한국미술품은 ?

대표적인 소장품으로는 청자 주전자(유물번호B60P123+.a-.b)를 소개하고 싶다. 고려청자의 전성기인 12세기에 제작된 이 주전자는 모양과 색깔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한 명품이다. 전문가들도 이 청자 주전자의 맑고 깊은 색이 동시대 전성기 청자의 심미적 취향과 절제된 미학을 대표하고 있다고 평한다.

- 계획중인 전시회는?

내년 4월 말부터 10월까지 미국에서는 최초로 한국 나전칠기만을 단독으로 다룬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이 전시에서는 정밀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으로 이름 높은 한국 나전칠기의 정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작품 전시와 함께 나전칠기의 보존복원 처리 과정과 근대 나전칠기의 독특한 면모도 소개한다.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할 기회가 있을 때 꼭 관람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 한인이라면 자랑스러움을 크게 느낄 것이다.

- 한국미술의 발전적 미래를 위한 조언이라면?

한국미술 전시실은 해외 한인 커뮤니티의 생생한 뿌리 교육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오랜 역사와 남다른 창조성을 지닌 한국 미술품은 그 자체가 우리 한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힘있는 웅변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자녀와 함께 한국관을 방문, 우리의 얼과 예술의 미를 느끼고 자랑스러워 해주었으면 한다.

미국내 한인 커뮤니티야말로 한국미술의 변방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미술의 최전방이라고 생각한다. 이곳 한인은 한국의 문화 중 과연 어떤 부분이 세계 문화 속의 보편성과 독창성을 지니고 있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문화에 대한 다양하고 새로운 견해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일러주어야 한다. 밖에서 바라본 한국 미술의 위상과 가능성은 한국미술을 다각적이고 창의적으로 해석해서 동시대 세계 미술 속에 선보이는데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된다.

- 한국과 한인 커뮤니티를 향한 당부라면?

부탁하고 싶은 내용은 많지만 네 가지로 요약한다면 우선 전문인력의 교류를 강조하고 싶다. 한국 밖에서는 한국미술관련 전문연구, 대중강의, 보존처리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 체계적 인력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국 전문가들도 국제적 안목을 높일 수 있다.

두번째 체계적 중장기 유물대여 정책의 확립이다. 미국에서 한국 전통 유물을 구입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

유물의 절대 수량이 부족하고, 시대와 장르가 균형적이지 못한 미국내 뮤지엄 한국 전시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한국의 체계적 유물 대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세번째는 문화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 전시관련 표준용어사전, 한국 문화재 관련 시각자료, 영문으로 된 학술서 등의 자료가 절실히 필요하다.

불행히도 현재 미국에는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가 4명밖에 없다. 이런 실정이니 대부분 미국 미술관에서는 비전문가들이 한국 미술관련 연구와 교육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재정 지원이다.

미국에서는 특별 전시를 열기 위해서는 4~5년 전부터 기획하고 준비한다. 따라서 중장기 계획을 세운 꾸준한 재정 지원은 한국미술 발전에 무엇보다 가장 긴요한 사항이다. 특별히 한인 커뮤니티의 지원은 어떤 측면으로도 큰 힘이다.

유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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