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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Story] 모국어를 지키는 힘은 부모

'모국어'는 어머니 나라말이라는 뜻이다. 이민자인 우리는 조국을 떠나와 산다고 말한다. 내 나라를 말할 때는 조상 조(祖)자를 쓰고 내 나라의 말을 일컬을 때는 어머니 모(母)자를 쓴다.

모국어는 태아가 태중에서부터 듣는 최초의 말, 곧 어머니의 부드러운 소리다. 어머니의 말은 따뜻한 사랑, 희생의 눈물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의 말을 듣고 배우며 자라기 때문에 모국어에는 어머니의 피가 흐르고 있다.

언어는 나라의 정신을 담아내는 그릇과 같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에서 살아가든 모국어를 생각하며 언어를 담는 그릇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늘 스스로 살펴보아야 한다. 생각하며 사는 사람의 언어 속에서는 교양과 품격의 향기가 난다. 그들은 말을 담아두는 영혼의 그릇을 연금술사처럼 갈고 닦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일상 언어를 보면 본래의 한글을 왜곡하고 문법을 파괴한 단어와 문장이 난무, 바른 국어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예의 없고 무례한, 맞지 않는 문법과 표준어에서 한참 어긋난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넘치는 세상이다.

뜻 모르는 말을 제멋대로 줄여 사용하고 외래어와 국어가 섞여 순수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은 본래의 뜻을 잃어가고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신조어나 TV 방송에서의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잘못된 언어를 마구 사용하는 청소년들을 보고 있자면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우리 선대들은 국어를 빼앗기는 일이 얼마나 참혹하고 굴욕적인가를 경험하며 모국어의 바른 사용을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 이민자인 우리는 매일 두 곳의 나라에서 산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몸은 미국에 있지만 늘 마음 속에 있는 곳은 조국 대한민국이다. 그러기에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해야만 한다. 그래서 더 힘들다.

일상에서 날마다 사용하는 언어나 문자는 그 사람의 인격의 깊이와 품위를 나타낸다. 한국인이라면 어느 곳에서 살아가든지 한글을 제대로 사용하는 데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바른 모국어 사용은 즉 고국을 향하는 바른 생각이다.

요즘 SNS에 나도는 단어들을 보면 기가 막힐 정도다. 선생님은 '쌤', 반갑다는 '방가', 깜짝 놀라다가 '깜놀',수요일은 '수욜', 안녕하세요가 '안나세여'로 변했다. 물론 그저 쉽게 통용되는 은어일 뿐이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언어를 다듬으며 글을 쓴다는 문인들조차 이런 문자를 사용한다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한글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남겨주신 세종대왕께서 노하실 일 아닌가? 시대 흐름을 따라 뜻도 모르는 신조어나 줄임말을 사용하고 있는 후손들에게 바른 한국어를 사용하도록 권하는 것은 선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른부터 바른말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영어를 한글보다 편하고 쉽게 사용하는 자녀에게 '한국인으로서 한국말을 제대로 못하면 큰 꿈을 성취할 수 없다'는 것도 지속적으로 주지시켜야 한다.

정확한 모국어를 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이민 후세의 정체성 확립에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것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조부모와 부모다. 그래서 모국어를 지키는데도 그들의 역할은 막중하다.

이승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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