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광장] 중년 부부의 '속궁합'
고동운/전 가주공무원
우리의 정서로는 남들은 고사하고 부부 사이에도 말하기 거북한 주제가 성 문제 아니던가.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갈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막상 말문을 여니 진솔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빨리 끝내고 밥을 먹자던 것이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10년차 부부에서 40년차 부부, 4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이야기가 나왔다. 막내를 낳고 각방을 쓰기 시작해서 오랜 세월 따로 자던 부부가 최근에 합방을 한 사연, 아내는 관심이 없는데 나이 어린 아내를 만족시키기 위해 참고서적까지 들추며 애쓰는 남편, 스킨십이 아쉬운 아내, 그리고 70대에도 성생활의 유익함을 주장하는 선배님들까지,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역시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준 시간이었다. 아내들이 '가정의 평화'를 위해 남편의 요구에 응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욕구를 해소하지 못한 남편의 투정과 보복을 피하기 위해 소위 '의무방어전'을 치른다는 것이다. 성을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나 무기로 사용한 경험이 있는 아내들도 있었다.
남편들은 화해의 표시로 아내와의 잠자리를 원했다. 그것으로 완전한 화해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내의 입장은 달랐다. 아내들은 문제가 생기면 대화로 풀기를 원한다. 여자는 마음이 열려야 몸도 열린다는, 책에서 많이 보았던 이야기가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부부를 가깝게 엮어주는 것은 '섹스'라는 행위 자체보다는 포괄적인 스킨십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손을 잡고 산책을 한다, 설거지 하는 아내를 살며시 등 뒤에서 안아준다, 지치고 힘든 남편을 꼬옥 안아준다 등의 스킨십을 모두가 원하고 있었다.
만족스러운 성생활은 결코 시간이나 횟수로 가늠할 수 없는 것이다. 10년 전쯤의 일이다. 어떤 사석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부부들과 속궁합과 겉궁합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어떤 부인이 하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여자들은 겉궁합이 잘 맞으면 속궁합이 다소 미진하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노라고.
성이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라는 낡은 생각도 버려야 할 것 같다. 우리 몸의 사용하지 않는 부분은 퇴화하기 마련이다. 한번의 성행위는 온몸 구석구석의 잠자던 근육을 깨워주고 평소에는 나오지 않는 다양한 호르몬의 분비를 돕는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지속적인 성생활을 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비결이라고 한다. 그날 부부모임에 참석했던 한 의사선생님이 들려주었던 권고의 말이다.
그러나 부부 사이에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가 아닌가 싶다. 솔직하게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바라는 것을 배우자에게 터놓고 말하며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어찌 이를 성의 문제에만 국한시킬 수 있겠는가. 살면서 우리는 부부라는 이유로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기대한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알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부부 사이에도 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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