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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의 신앙] 신앙도 아는 만큼 보인다

어느 날 장님 세 사람이 코끼리를 구경하러 동물원에 갔다.

첫 번째 장님이 코끼리의 거대한 몸통을 더듬거리며 한참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그는 코끼리란 동물이 커다란 '암벽' 같은 짐승이라고 믿었다.

두 번째 장님은 코끼리의 기다란 코를 만져본 후 코끼리는 긴 '나팔'같이 생겼다고 확신했다. 반면 마지막 세 번째 장님은 꼬리부위를 만져본 후 코끼리는 긴 '밧줄' 같은 동물이라고 굳게 믿었다.

집에 돌아온 그들은 서로 자기가 직접 손으로 확인한 사실을 가지고 고집하다가 마침내 좋은 우정마저 깨져버리고 서로 미워한 나머지 그만 원수가 돼 버렸다. 더 나아가 평화로웠던 장님사회마저 그만 편이 갈려 서로 비방하고 반목한 사이가 돼버렸다.



어쩌면 이런 것이 우리네 인간 삶의 한 단면 아닐까. 서로 자기만의 생각에 집착하다 보면 같은 공동체 안에서조차 편이 갈라지고 마침내는 비방하고 미워하는 싸움조차 벌어지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사람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신'을 찾아나서는 종교 사이에서 특히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모양이다. 인류역사 가운데 가장 지독하고 악랄한 전쟁의 거의 대부분이 종교 전쟁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기에 말이다.

중동 지역에서는 지금도 같은 '아브라함의 하느님'을 믿는 후손끼리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로 갈려 서로 미워하며 싸움을 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크리스천(기독교) 사이에도 가톨릭(구교)과 프로테스탄트(개신교)로 나뉘어 서로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인간은 비록 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 해도 영적으로 눈이 먼 또 하나의 장님 아닐까.

사소한 명칭 하나만 가지고도 같은 크리스천인데도 '하느님' 또는 '하나님'으로 나누어 사용하다 보니 서로 형제의식이 소원해질 수 있는 것 또한 신앙생활의 현실이다. 알고 보면, 우주 만물의 주인이신 창조주께선 피조물인 인간의 얄팍한 언어에 갇혀있을 그런 분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래서 구약에서 모세가 그분의 이름을 여쭈었을 때 그분은 " I am who am I "(나는 바로 나다)라고 하신 것 아닐까. 실제로 가톨릭교회에서는 그분을 하늘처럼 높은 분의 의미로 '하느님'으로, 개신교에선 단 한 분, 유일신의 의미로 '하나님'으로 부르지만, 실은 이 또한 모두 같은 분에 대한 이야기 아닌가.

또 가끔 주위에서 "저는 기독교도인데 제 친구는 저와 달리 가톨릭 신자랍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절로 어처구니가 없어진다. 기독교란 단어가 예수님을 믿는 크리스천을 의미하기에, 가톨릭도 기독교(크리스천)인데 개신교만 기독교인 것처럼 자칫 오해를 불러올 소지를 주기 때문이다.

같은 주님 안에 한 형제임을 알게 되면 어떻게 종파가 다르다 해서 거리감을 느끼거나 서로 미워할 수 있겠는가. 이래서 "종교도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 모양이다. 관계성을 알아야만, 비로소 온 인류가 서로 사랑하는 한 형제로 보일 것이기에 말이다.

김재동 / 가톨릭 종신 부제
drjohnkim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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