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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인지상정〈人之常情>

인지상정(人之常情). 이는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보통 가질 수 있는 마음을 뜻한다. 누구나 칭찬 받고 싶어하고 누구나 때가 되면 배가 고프고 누구나 가끔은 나서고 싶어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의 한도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인지상정이 깨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것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을 자신만 가지고 있다는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내가 배고프면 남도 배고프겠지 하는 생각을 못한다면 그것은 서로를 미워하게 되고 반목하게 되는 시작이 될 것이다.

인지상정이란 양보와 희생이 어느 정도 있어야만 지켜지는 소중한 관계다. 잘 살아가는 지혜는 남을 향한 배려와 깊은 관심 없이는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성가대에서 베이스 부분을 맡아 주일마다 성가를 몇 년 부르다 보니 성가를 잘 부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가장 소중한 것은 하모니라는 사실이다. 내 소리가 내 옆 사람 그리고 다른 파트의 소리와 잘 어우러지도록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적당한 음을 노래했을 때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창출된다.

그리고 그럴 때면 가슴 속에서 신선한 바람 같은 희열이 느껴진다. 나에게만 맞추지도 않고 또 모든 것을 남에게만 맞추지도 않는 참으로 서로를 존중해 주고 이해해 주는 노력이 바로 하모니다.

그런 마음 씀씀이는 누구나 가져야 할 인지상정의 덕목일 것이다.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같은 직장을 다니면서 같은 지역에 살면서 나만 내세우고 나만 덕을 보려고 하고 내 배만 부르게 채운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누군가 "당신에게는 평생을 같이 할 친구가 있냐?"고 물었을 때 "물론이지요" 하고 흔쾌하게 대답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인가. 그런데 이런 질문에 주눅들기보다는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어떨까. "과연 나는 그 누군가에게 평생을 같이 할 친구가 돼 주려고 애쓴 적이 있냐?"고 말이다. 그 대답이 쉽게 긍정적으로 '예스!'가 되지 않으면 오늘부터라도 그렇게 되도록 애를 써야 할 것이다.

성당으로 오는 길에 가끔 주차장에서부터 실랑이가 붙어서 험한 소리가 오고 가는 광경을 몇 번 보았다. 인지상정의 묘를 망각한 사람들일 것이다. 내가 화장실이 급한 정도일 때 다른 누구는 생명을 다투는 화급의 순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는 적어도 이 땅에 사는 이민자들이고 또 그 후손이고 한국인이다. 인지상정을 잘 이해하고 서로 덕목을 쌓아간다면 좀더 가슴 따듯하고 활기차고 살맛 나는 그런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

누군가 현자에게 덕을 쌓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현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을 했다고 한다. 착한 일을 많이 하고 무엇을 나누고 그런 대답이 나올 줄로 예측했는데 그 대답은 엉뚱하게도 "길을 갈 때 정중앙을 피해서 비켜가라"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아마도 내가 중심에 서지 말라는 뜻이었을 것 같다. 나는 이 교훈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남들이 쉽게 길을 갈 수 있도록 비켜주는 마음. 참으로 신선하지 않은가?

우리는 누구나 사랑을 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사랑을 하고 싶어한다. 그것 또한 인지상정이다. 그러면 인지상정을 잘 지켜 나가는 사랑은 무엇일까? 논어에서는 사랑을 '남을 살게 하는 것'이라 했는데 나는 그 말에 동의한다. 남을 살게 하는 삶.

기독교의 소중한 시기인 사순절을 맞아 나를 위해 돌아가신 그 분을 생각한다. 그런 희생을 할 순 없지만 우리도 남을 살게 하려는 노력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 모두 인지상정의 삶을 현명하게 이끌며 살 수 있지 않을까.

고 성 순

뉴욕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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