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식 여행칼럼 '미국은 넓다'] 세인트 헬레나 산(Mt. StHelen)
1980년 화산 폭발로 인한 내셔널 볼케이닉 모뉴먼트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땀구멍이 막히면 화산이나 지진 등으로 몸부림을 친다.
수 많은 곳에 도로를 내느라 아스팔트를 깔고 건물을 짓느라 온갖 군데에 시멘트를 발라놓으니 빗물이 스며드는 수 많은 땀 구멍이 막혀 고열이 나고 몸살을 앓는다. 사람도 호홉을 잠시 중단했다가 참다 참다 끝내는 긴 한숨을 몰아 쉬듯 지구도 참다 못해 큰 숨을 몰아 쉬는 현상이 바로 화산 폭발이다.
1980년 5월 18일 아침 워싱턴주에 있는 세인트 헬레나산(Mt. St Helens)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이듬해 현장을 찾았다. 볼 것도 없고 볼만한 것도 없다. 시커먼 화산재와 지옥과도 같은 연옥의 현장 말고는 볼 것이 없다. 이것도 구경거리라고 대문을 열어놓고 손님을 받으면서 안내원들이 구석 구석 안내를 하는데 6.25사변이나 중동의 전쟁터도 이보다 더 참혹하지는 않으리라.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하나같이 불에 타서 쓰러져 있고 골드 워터레이크(Gold Werter Lake) 수면위로는 떠내려온 유목들이 절반을 덮고 있다. 산 전체가 초토화된 생태계 앞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 한번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대참사를 당한 날자가 정확히 1980년 5월 18일 오전 8시 33분 05초 부터 시작됐다.
사람도 배가 아프면 뱃 속이 부글 거리고 잦은 방귀부터 조짐이 나타나듯이 한 동안 숨을 고르다가 처음에는 5.1도의 지진을 경고음으로 정상 부분에 하얀 버섯 모양의 화염이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지진과 화산 폭발은 마치 바늘과 실 같이 서로 연분이 잘 맞는가 보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그 강도가 심해지더니 급기야는 붉은 용암이 분출되면서 1313피트의 정상 부분이 날라가 버렸다. 뿐만 아니라 평상시 40도의 강물 온도가 90도로 갑자기 뛰어 오르면서 아닌 밤중에 홍두께라더니 온갖 야생동물을 비롯해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거기에 57명의 인명까지 앗아갔으니 흡사 아비규환의 연화속이나 다름 없다.
그리고 50여 마일 밖에 있는 5번 프리웨이가 전면 불통되고 항공기 비행도 통제되는 대참사였다.
세인트 헬레나 산의 애초 산높이는 9677피트 였는데 이번 분출로 1313피트가 날아가 현재는 8364피트로 낮아지게 됐다. 안내원을 따라 내내 다니면서도 산 전체가 오직 시커멓게 불 탄 흔적과 색 까맣게 굳은 용암 천지다. 흔히 종교에서 말하는 지옥이니 연화속이니 이를 두고 하는 말인 듯 하다. 그러나 1년여 세월이 지나면서 엄청난 재난을 겪었던 황폐한 이곳에도 파란 새싹이 드믄 드문 돋아나 있다.
하다 못해 풀 한포기의 생명이라도 자연의 교훈과 섭리 그리고 그 존엄성은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 진귀함을 다른 곳보다 더욱 느끼게 된다. 이 산은 1980년 화산 폭발로 인해 내셔널 볼케이닉 모뉴먼트(National Volcanic monument)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받았다.
가는 길은 워싱턴 주의 5번 프리웨이 선상 출구 번호 49번에서 내려 504번 동쪽으로 52마일을 곧장 가면 방문객 안내소가 나온다. 안내소 전화 (360) 247-3900
▶여행 등산 전문가 김평식: (213) 736-9090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