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론] 금융업 겸업이냐 분업이냐
오명호/HSC 대표
대출을 주로 취급해오던 상업은행과 투자를 주 업무로 삼았던 증권·보험회사들이 하나의 지붕 아래 모여 금융그룹을 만들어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효율적일까 아니면 별개의 독립된 회사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효율적인지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주제를 둘러싼 금융기관, 정부당국 등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민간 기업인 금융그룹의 관점에서 보면 효율성이 아주 중요한 경영변수이지만, 시장의 규제를 담당하는 정부입장은 효율성보다는 안정성을 더 선호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금융그룹이 단기이익 극대화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취하는 행위’는 궁극적으로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금융산업들의 효율성과는 상반된다는 얘기다.
금융역사를 살펴보면, 겸업 혹은 분업은 시대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즉 1929년 대공황을 겪은 미국은 1933년 ‘글라스 스티걸(Glass-Steagall Act)법’을 제정한다. 이 법의 핵심은 전통적인 상업은행과 증권투자업을 주업으로 삼는 투자은행의 분리다.
즉 은행은 예금주로부터 돈을 예금 받아 기업이나 개인에게 대출을 해주는 영업만 할 수 있고, 증권회사나 투자은행은 주식·채권 등 투자와 주식·채권 인수에 관련된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1929년 대공황은 대출과 주식투자 업무를 겸업하던 은행들이 저지른 ‘금융위기’라고 결론지었다.
이 법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잘 지켜졌다. 80년대 레이건 미국 대통령 그리고 대처 영국 총리가 집권하면서 이들이 받아들인 경제사상, ‘신자유주의’는 규제 완화를 주창한다. 이 법이 지나치게 민간부문의 영업활동을 제한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면서 급기야 미국은 1999년 'GLB Act(Gramm-Leach-Bliley)'에 의해 이 법을 폐지하고 만다.
그리고 9년이 지난 후 대형 금융위기가 터진다. 이 금융위기의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도 명확하지 않지만, 바로 이 글라스 스티걸법의 폐지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주장이 지금 큰 힘을 얻고 있다.
2008년 이후 금융개혁법안인 ‘도드 프랭크법’에는 이 법의 취지를 살리려는 시도가 있다. 즉 '볼커룰(Volcker Rule)'을 말한다. 하지만 이 볼커룰에 대한 반발도 매우 거세다.
그러나 몇 달 전 JP 모건 체이스의 파생금융상품 투자에 따른 거액 손실이 밝혀짐에 따라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물론 JP 모건 체이스 은행장 제이미 다이먼은 상원 청문회에 출석하여 자신이 저지른 투자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곤욕을 치렀다. 이 체이스 투자건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7월 15일 이 법안 폐지에 앞장섰던 씨티그룹 전 회장 샌포드 외일이 CNBC와 인터뷰를 통해 “금융그룹은 지나치게 비대해졌다. 따라서 예금만 받던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사이에 벽을 쌓아야 한다”고 말해 놀라게 만들었다.
거대한 씨티금융그룹을 탄생시켰던 주역인 샌포드 와일의 고백은 매우 충격적이다. 당시 씨티은행과 '살로만 스미스 바니'라는 투자은행, 그리고 자신이 만든 보험회사 트래블러스를 합병시켜 거대한 공룡 금융그룹을 만들었던 장본인이 "거대 공룡 금융그룹은 'TOO BIG TO FAIL'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어쨌든 흐름은 규제강화인 것 같다. '규제 없음'에서 '규제 설정'으로 다시 '규제 철폐'에서 '규제 강화'로 세상은 돌고 돈다. 민간기업인 금융기업들이 효율성만 강조한다면, '대마불사' 논리는 왜 들고 나와 협박하는지, 파산하면 스스로 책임을 지면 되지 않는가. 정말 알 수 없다. 경제논리와 정치논리는 다른가 보다.
지금 한국도 미국처럼 겸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 같다. KB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등은 미국의 씨티그룹, JP 모건 체이스 그룹들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이름만 다를까. 아니다 금융 지주회사법을 통한 겸업주의 형태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겸업이든 분업형이든 ‘위험관리 실패’로 인한 파산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모럴 해저드’라는 용어를 쓰지 않아도 국민이 더 이상 '봉'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할 때 진정한 금융개혁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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