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셔널 라인] '마마 배송굿'과 자폐증
김효선/캘스테이트LA 교수·특수교육학
천연두는 16세기 문장가였던 묵재 이문건이 손자를 양육하며 쓴 육아일기 '양아록(養兒錄)'에도 기록이 남아있다. 의술이나 약재가 부족했던 조선시대에 가장 흔한 방법은 격리하는 것이었다. 또한 질병을 '별상마마님'이란 최고의 신적 존칭으로 부르며 천연두에 걸린지 13일 뒤 얼굴에 딱지가 떨어질 즈음에 상처없이 무사히 떠나주기를 바라는 심정을 담아 '마마 배송굿'을 했다고 적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마마 배송굿은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방법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미신이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주관하는 악신을 달래 큰 해를 끼치지 않고 조용히 떠나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세계곳곳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의학이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두려운 마음이 마마 배송굿을 통해 안정을 찾아 질병을 이길 수 있는 심리를 얻게해준다는 면에서 이점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미신이고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던 마마 배송굿과 같은 일들이 지금은 일어나지 않고 있을까?
요즘 자폐라는 증상이 마치 전염병처럼 무서운 기세로 퍼지고 있다. 지난 70~80년도에 5000명에 한명꼴로 발생한다던 자폐는 2000년초에 500명에 1명꼴로 무려 10배가 넘는 발생률을 보였고 현재는 110명에 1명으로 급격히 진단수가 늘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무려 38명중 1명이 자폐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나와 미국의 수치보다 2배가 넘어 부모와 사회를 경악케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폐라는 진단이 제대로 된 것인지 무슨 의미인지 조차 생각할 틈도 없이 좋다고 하는 치료법을 찾아 헤매는 부모들이 많다. 아직 증명되지 않은 민간요법 수준의 교육과 치료가 범람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폐아동에 대한 특성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마치 천재성을 가진 아동이 인간관계나 의사소통의 부족으로 자신 속에 갇혀 있는 상태라는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걱정과 완치를 위한 기대에 부응해 심리적 효과에 의지하려는 단발적인 방법보다는 좀더 확실하고 과학적인 방법을 연구해 제시해야 한다.
자폐로 인해 학습장애가 생길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기교육이나 언어치료 사회성 발달을 촉진하는 특수교육 등도 중요하지만 자폐를 갖고 성인이 됐을 때 살아가는 목적과 방법을 가르칠 수 있는 거시적이고 포괄적인 시각도 있어야 한다.
또한 사회에서도 장애를 남의 일로 무관심하게 여기거나 무언가 부모의 잘못으로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함께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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