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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망경] '당나귀'와 '궁둥이'

서 량 정신과 전문의

'ass'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당나귀'라는 뜻이고 두 번째는 'arse' 라는 비어(卑語)가 변한 말로 '궁둥이'라는 뜻. 'arse'는 혀를 꼬부려서 발음하기가 힘이 들어 'ass'로 와전돼 버린 말이다.

일부 언어학자들은 궁둥이라는 뜻도 당나귀에서 유래한 것으로 착각을 한다. 당나귀!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연상작용이 거대한 엉덩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ass'와 'arse'는 엄연히 다른 말이었는데 어느새 '당나귀'가 '궁둥이'로 변했다.

만일 당나귀들이 알면 얼마나 기분이 나쁠까. 당나귀건 사람이건 궁둥이와 동일시 하는 것은 동물애호와 박애주의 사상 차원에서 아주 통탄할 노릇이다.

그러나 당나귀에서 출발한 'ass'의 가장 잘 알려진 뜻이 바보 혹은 고집쟁이라는 점 또한 당나귀들의 피치 못할 운명이다. 'asinine'은 'ass'의 형용사로서 당나귀처럼 고집이 세고 우둔하다는 뜻으로 'stupid'보다 좀 어려운 말이라 점잖게 누군가를 나무랄 때 효과적이다.

지금 한창 박빙의 경선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의 심볼이 당나귀다. 20달러 지폐 앞쪽에서 인상을 쓰고 있는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이 1828년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당시 공화당에서는 그를 머리 나쁜 'jackass(수탕나귀)'라 놀렸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잭슨은 고집이 센 당나귀의 이미지를 선거에 십분 활용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게다가 당시 유명한 만화가가 민주당의 표시로 당나귀를 그려서 민주당의 상징이 된 것이다. 'ass'의 이중의미를 피하기 위하여 민주당의 당나귀는 점잖게 'donkey'라 부른다.

성급하고 직선적인 뉴요커들 입에 붙은 말 중에 'asshole'이라는 속어가 있다. 문자 그대로 궁둥이에 있는 구멍. 소위 교양 있는 한자어로 항문을 지칭한다.

한 인간을 항문으로 봄으로써 그 사람이 지닌 고매한 인격을 깡그리 말살시키는 이 전격적인 속어에는 바보천치나 고집불통이라는 의미 외에도 거칠고 무례한 사람이라는 뉘앙스가 손톱 밑 가시처럼 깔려 있다.

이를테면 맨해튼이나 브루클린에서 차를 몰 때 길 간판을 찾으려고 네거리 복판 같은 데서 잠깐 이라도 우물쭈물 해보라! 누군가 당신 차를 박을듯이 스쳐 가면서 'asshole!' 하고 소리 칠 것이다. 이 말은 이미 15 세기 초 'arce-hoole'로 쓰여진 이후로 예나 지금이나 항문성 사고방식을 입증하는 강력한 본보기다.

예로 거만한 사람을 'pompous ass'라 하고 째째하고 까다로운 사람은 'tight ass' 무서울 것 하나 없는 깡패를 'bad ass'라 한다. 건방지게 잘난 척 하는 사람은 'smart ass' 혹은 'wise ass' 그 반대로 머리 나쁜 사람은 'dumb ass'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는 불쌍한 사람은 'sorry ass' 궁둥이가 큰 사람을 'fat ass'라 한다. 그리고 또 있다. 남의 기분을 비굴하리만큼 맞추는 아첨꾼은 '항문을 싹싹 핥아 준다' 하여 'ass kisser'라 한다.

미국인들은 이처럼 인간의 가장 중요하고 예민한(?) 부위인 항문 앞에 인간의 각종 성향을 묘사하여 사용하길 특히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강성 우리말 욕인 '엿 먹어라'와 좋은 대조를 이루는 언어 습관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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