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책 읽기] '생명 최초의 30억년' 생물의 기원과 진화 찾아서
35억년 전 지구에 생명체 첫 등장, 박테리아 덕분에 생존·진화 가능
앤드류 놀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지구가 탄생했을 때부터 지금까지를 12시간으로 압축한다면 인간이 출현한 시각은 11시59분59초라고 한다. 다양한 생물들이 폭발하듯 출현한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일어난 때도 5억 년 전으로 생물의 흔적이 처음 발견된 35억 년 전에 비하면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앤드류 놀 하버드대 자연사 교수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그 '30억년'에 주목했고 그 연구 결과를 모아 '생명 최초의 30억 년'을 펴냈다. 책은 지구에 탄생한 생명의 씨앗부터 캄브리아기 대폭발에 이르기까지 생물의 출현과 진화의 발자취를 찬찬히 되짚는다.
"사실 우리가 박테리아의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한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진화에서 동물의 대부분은 장식일 뿐이고 케이크의 본체를 이루는 것은 박테리아다."
저자는 인류가 갖고 있는 '자기 위주의 세계관'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테리아와 같이 세포 안에 핵이 없는 원핵생물들이 물질대사를 통해 탄소 질소 황 등의 순환작용을 가능하게 하고 이로 인해 지구생명의 맥박이 조절된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동식물의 생존에 필수적 요소인 산소가 지구상에 풍부해진 것도 시아노박테리아 덕이다. 약 22억 년 전 시아노박테리아가 시작한 광합성은 '산소혁명'에 큰 기여를 했고 이후 산소를 이용하는 생물들은 유성생식 세포골격 등의 도구를 이용해 뻗어나갈 수 있게 됐다.
특히 이 기회가 빙하기와 대멸종 같은 환경 대변동으로 생긴 '너그러운 생태계'와 맞물려 5억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이끌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자원 경쟁이 약한 생태계가 신생 종들을 배려하면서 다양한 생물이 진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생태계라는 태피스트리 속에 얽히고 설킨 실 가운데 가장 나중에 끼워진 실이며 박테리아와 조류 식물과 동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며 인간중심주의적 관점에서 생명의 역사를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또 현재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인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역사의 다음 장이 결정된다면서 생태계 전체를 위한 인간의 선택이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간에게 생태계의 지배권을 넘겨준 기술은 지구가 일생을 걸고 이뤄놓은 성과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무엇이 생명 역사의 앞 장을 썼는지는 몰라도 다음 장을 쓰는 것은 우리 인간이다. 부디 관용과 겸손으로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되기를…."
총1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곳곳에 지은이의 주석과 자료 사진 그림 도표들을 삽입해 독자들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전공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도 재미있어 할 만큼 잘 씌어진 이 책에서 지은이는 흥미진진한 과학적 발견과 복잡한 과학적 해석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멋지게 잡고 있다"고 평했다.
책제공: 알라딘US(213-739-8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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