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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토크] '빌리 빈을 보니 디포가 생각나네'

'구글보이' 비난 좌초됐다가 재평가

미 주류 언론의 보도를 통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천재 단장'인 빌리 빈(44)을 접하면 기자의 머릿속에 항상 연상되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폴 디포데스타(33) 전 LA 다저스 단장이다.

 2005년 8월 당시의 폴 디포데스타(사진 중앙). 그는 조용한 성격이라 LA의 노(老)기자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컴퓨터 단장이라는 선입견도 그의 입지를 좁혔다. 괄호 안은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이다. <AP>

2005년 8월 당시의 폴 디포데스타(사진 중앙). 그는 조용한 성격이라 LA의 노(老)기자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컴퓨터 단장이라는 선입견도 그의 입지를 좁혔다. 괄호 안은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이다. <AP>

디포데스타는 애슬레틱스에서 부단장으로 일을 했을 당시(1999년-2003년) 빈을 잘 보좌했고 이 구단이 '저연봉-고효과'의 팀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디포데스타를 다저스로 떠나보낸 후 빈 단장은 빈자리를 메우지 못하다가 천재 단장의 실력을 발휘해 올해 애슬레틱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1997년 애슬레틱스의 단장이 됐던 빌리 빈은 팀을 리그의 정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3년의 긴 시간이 필요했다. 애슬레틱스는 2000년이 되어서야 플레이오프에 나갔고 이후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대업을 이뤘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애슬레틱스의 선수 연봉 총액을 보면 빈 단장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알 수 있다. 팀 연봉은 2000년에 3200만 달러 2001년 3300만 달러 2002년 4천만 달러 2003년 5천만 달러였다. 당시 연봉 1위였던 뉴욕 양키스에 비하면 3분의1도 되지 않는 낮은 액수였다.

물론 연봉이 낮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애슬레틱스가 플레이오프에 자주 나갔지만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자신들이 키운 선수 대부분을 자유계약(FA) 시장에서 놓치는 일을 반복해 친화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빈 단장 입장에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냈다.

오클랜드의 시장(market)이 작은 현실을 야구 구단 단장이 개선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애슬레틱스가 타도시로 이전을 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빈의 독특한 야구팀 운영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디포데스타는 지난 2004년 2월16일 '제2의 빈'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 LA에 왔다. 프랭크 맥코트 다저스 구단주가 그에게 기대했던 것도 바로 '저연봉-고효과 플랜'이었다.

그러나 이에 브레이크를 건 쪽은 바로 LA 타임스 등 주류 언론이었다. 'LA는 큰 도시이기 때문에 유명한 선수를 데려와야 한다. 디포데스타의 컴퓨터 경영은 문제가 있다'며 거의 '마녀사냥' 수준으로 디포데스타를 몰아세웠다. 이런저런 상황을 잘 모르는 팬들은 언론에서 주장하는 대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디포데스타에 대해 여론이 좋지 않게 형성되는 것은 당연지사. LA 타임스의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LA와 오클랜드는 시장 규모가 다르니까 LA에 걸맞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득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2006년 시즌만 생각한다면 그들의 말이 맞았다. 그러나 이는 근시안적인 주장이었다.

다저스를 반짝 구단이 아닌 명문 구단을 만들기 원한다면 디포데스타의 계획이 옳았다. 디포데스타는 먼저 마이너리그를 제대로 세우기를 원했고 마이너리그 사정을 잘 아는 테리 콜린스를 짐 트레이시의 후임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기초를 잘 세운 후에 적절한 FA 영입을 하면 다저스는 90년대 중후반의 양키스처럼 될 수 있다는 마스터 플랜이 있었다.

그러나 맥코트 구단주는 트레이시 감독을 경질한 얼마 후 디포데스타를 해고하는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이어 기자 출신인 테드 콜레티를 단장으로 임명했다.

콜레티는 주류 언론의 입맛에 맞는 선수 영입과 팀 운영을 했는데 첫 시즌에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콜레티도 괜찮은 단장임이 입증됐다. 그러나 디포데스타에게 좀 더 기회를 줬더라면 빌리 빈처럼 적어도 3-4년의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다저스는 기초가 튼튼한 구단으로 성장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80년대에 죽을 쒔던 양키스가 90년대 초반부터 신경을 썼던 부분이 바로 마이너리그였다. 대도시의 팀은 '장기 계획'보다는 '단기 계획'이 중요하다고 LA와 뉴욕 언론은 주장한다. 그 주장에 귀 기울이기 시작하면 구단은 망하는 길로 간다. 양키스가 그런 분위기다. '장기 계획'안에 '단기 계획'이 있고 또 '장기'와 '단기'의 균형을 잘 맞춰야 어떤 집단이든 흥한다. '장기 계획'과 '단기 계획'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다.

LA 타임스가 최근 디포데스타에 대해 재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미 기차가 떠난 후라 이는 뒷북치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참고로 디포데스타는 현재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서 특별 보좌역으로 일하고 있다.

박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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