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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크래쉬

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인종 차별, 결코 극복할 수 없는 문제인가



올해 아카데미상은 영화 네 편에게 세 개씩 골고루 돌아갔다.

재작년 <반지의 제왕> 이 11개 부문상을 휩쓴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결과다.

가장 큰 이변이라면 <크래쉬> (Crash)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이다.

각종 영화상에서 작품상을 독식하다시피 한 <브로크백 마운틴> 이 작품상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캐나다 출신 폴 해기스 감독이 제작, 각본까지 맡은 독립영화 <크래쉬> 에게 작품상의 영예가 돌아갔다.

폴 해기스는 작년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을 비롯, 주요 4개 부문상을 수상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 의 각본가이기도 하다.

폴 해기스의 탄탄한 시나리오에 반한 헐리웃의 스타급 배우들이 650만 불이란 초저예산의 영화에 개런티도 따지지 않고 대거 참여했고, 아카데미 위원회에서는 동성애 영화 대신에 인종 간의 갈등 문제를 다룬 <크래쉬> 를 선택했다.


<크래쉬> 는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종에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다수 등장시켜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다.

흑백 화합을 주요 공약으로 앞세워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는 백인 지방검사 부부 (브랜든 프레이저, 샌드라 블록 분), 그들의 차를 강탈해 간 흑인 청년 둘, 살인 사건을 좇고 있는 흑인 형사 (돈 치들 분)와 그의 라틴계 여성 파트너, 열심히 일하지만 외모 때문에 가는 데마다 의심을 받는 라틴계 열쇠 수리공,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이라크 출신 중년 부부와 의사인 딸, 흑인 영화감독 커플 (테렌스 하워드, 탠디 뉴튼 분), 그들을 파경 위기로 몰고 간 인종차별주의 백인 경찰 (맷 딜런 분)과 그의 선량한 백인 파트너 (라이언 필립 분), 그리고 잠깐이지만 흑인 청년들의 차에 치인 한국인 남성 (영화 속에서는 중국인이라고 하는데 이름이 한국인) 등이 등장한다.

하나의 커다란 기둥 줄거리가 있는 게 아니고 따로 떼어진 상황과 이야기들이 펼쳐지다가 나중에 직, 간접적으로 느슨하게 연관을 맺게 되는 모자이크 형식의 구조이다.
연관을 맺게 하는 고리 역할은 자동차와 관련된 사건들이 맡고 있다.
자동차 충돌 (crash), 자동차 도난, 교통사고, 교통법규 위반, 히치 하이킹 등이 활용되고, 영화의 대미도 흑인과 동양인이 자동차 접촉사고로 논쟁을 벌이는 장면이 장식한다.


영화는 각 인종의 스테레오타입을 보여 주며 타 인종과의 갈등을 표출한다.
그러나 거기에는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되지 않는다.
상류층 백인 여성이 히스패닉 가정부를 껴안으며 ‘친구’라고 하는 것이나 인종차별주의자 경관이 흑인 여성을 위기에서 구하는 것, 그리고 이라크인이 타 인종을 향해 격정적인 행동을 취한 후 회개의 순간을 갖는 장면이 있지만 근본적인 화해와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인종 간에는 결코 풀 수 없는 깊은 의심과, 그로부터 잉태된 불안 또는 미움이 항시 존재하고 있음이 강조되고 있다.
9.11 사태 이후 미국 내에 더욱 만연된 문제이다.
이민자의 나라로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 많은 인종이 뒤섞여 있는 미국이 안고 있는 이 심각한 문제를 영화는 관객에게 단지 보여주기만 할 뿐이다.

영화 속의 어느 캐릭터도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 각자에겐 타 인종에 대해 정형화된 선입관이 박혀 있어서 그 테두리 안에서만 상대를 판단하고 경계한다.


영화는 다루고 있는 주제의 심각함과는 달리 상당히 흥미롭게 진행이 된다.
그러나 보여주는 모습들이 우리가 평소에 타 인종을 비난하며 그들에 대해 품고 있던 내용과 너무나 일치하고 있다.
인종 간에 메꿀 수 없는 간극이 분명히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드림랜드 미국에 와 코스모폴리탄을 자처하며 사는 우리가 세대가 바뀌면서 후세들은 인종 갈등 없이 잘 살려니 기대하는 게 헛된 꿈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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