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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숙의 서양요리와 친해지기]순수의 이름, 클레러파이드 버터

순수의 이름으로 ‘클레러파이드 버터’ (Clarified Butter)’
서양요리의 참기름……

이번 주부터 매주 정성숙 주부의 ‘정성숙의 서양요리와 친해지기’를 연재합니다. 여성지의 생활기자로 편집장까지 지낸 그녀의 감각으로 서양요리의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갑니다. 낯선 서양 식재료들에서부터 배우기 쉬운 서양요리법에 이르기까지 재미있고 실용적인 정보로 가득 채워져 독자 여러분께 다가갑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편집자 주


<살 수 없는 집에서 만드는 버터>
클레러파이드 버터? 그리 익숙지 않은 버터 이름이다. 물론 식품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버터 또한 아니다. 서양요리를 처음 배우기 시작하면서 ‘아하~’하고 무릎을 치게 만들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클레러파이드 버터이다. ‘클레러파이(Clarify)’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액체 등을 맑게 정화하다’라는 뜻이다. 즉 일반 버터를 사서 집에서 아주 손쉽게 만들어서 쓸 수 있는 순수한 버터(pure butter)가 바로 클레러파이드 버터이다.

클레러파이드 버터는 이제 참기름만큼이나 자주 애용하고 있는 우리 집의 중요한 식재료가 되었다. 이미 한국음식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버터는 서양요리(Western Cuisine)에선 빼놓을 수 없는 약방의 감초 격. 마치 한국요리에서 참기름을 빼놓고는 좋은 음식 맛을 내기 힘들 듯 말이다.

우리 한국사람들은 버터를 어떻게 먹을까? 우선 빵을 먹을 때 실온에 두어 적당히 말캉해진 상태의 버터를 잼과 함께 발라서 먹는다. 그리고 요리할 때 식용유 대신 버터를 달궈진 프라이팬에 녹여 다양한 야채를 볶거나 아니면 빵을 노릇노릇 구워 먹는다. 물론 빵, 과자를 구울 줄 아는 독자라면 이미 버터 전문가이기에 예외로 하고 싶다.

하지만 같은 버터라도 서양요리에서는 하고자 하는 요리에 따라 버터를 적절한 상태로 변화시켜 활용하고 있다. 우리가 참깨를 짜서 먹고, 볶아서 깨소금으로도 먹고, 그냥 통깨로 먹기도 하듯, 서양요리에서의 버터 역시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단단하게 냉장된 버터를 전자레인지에 살짝 녹여서 다른 식재료와 혼합해서 쓰는 버터(melted butter), 버터를 깍둑썰기 하듯 썰어서 손으로 조물조물 주물러서 경단 모양으로 만든 버터(kneaded butter), 크림치즈처럼 발라먹을 수 있도록 거품기로 충분히 휘저어서 설탕을 가미해 무스처럼 부드럽게 즐기는 휩버터(whipped butter) 등등.

물론 마가린(Margarine)을 버터 대신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버터만의 고유한 맛과 향을 제대로 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마가린은 가공식품으로 건강에도 그리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눈에 뜨인다.

<버터향을 살리는 요리에 최고의 포인트>
그렇다면 클레러파이드 버터는 언제 사용하며, 왜 애용되는 것일까? 우선 버터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염분이 가미된 솔티드 버터(salted butter)와 아무것도 가미되지 않은 홀버터 혹은 언솔티드 버터(whole or unsalted butter), 두 가지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우리가 버터를 그냥 프라이팬에 녹여서 요리를 하면 버터가 녹기 무섭게 시퍼런 연기를 뿜어내며 프라이팬에서 쉬 타는 것은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이는 일반 버터의 버닝포인트(burning point)는 섭씨 127도로 다른 식물성 기름에 비해 아주 낮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말하자면 버터향을 가미한 요리를 즐기고 싶을 때 버터를 그냥 그대로 녹여서 음식 맛을 내기가 아주 어렵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보통의 버터를 사다가 중탕(double boiler)-물을 팔팔 끓이고 있는 냄비 위에 커다란 볼을 얹어서 아래 냄비의 수증기를 이용해서 요리하는 방법-으로 버터를 볼에 담아 완전히 녹이면, 버터가 세 개의 층으로 나눠지게 되는데 가장 위 표면에는 고형우유인 하얀 거품 덩어리가 몽글몽글 뜨게 되고, 그 바로 밑엔 아주 맑은 노란색의 기름이, 냄비의 바닥에는 뽀얀 물이 고이게 된다.

완전히 중탕으로 녹인 버터를 커다란 스푼이나 국자를 이용해서 표면에 떠있는 하얀 거품을 잘 걷어서 버리고, 중간 부분의 맑은 기름만을 조심조심 떠서 따로 담아둔다. 물론 냄비 바닥에 고인 하얀 물이 다시 섞이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서 최대한 맑은 기름만을 담아내면 이것이 바로 클레러파이드 버터이다. 바닥의 하얀 물은 필요 없으니 버리면 된다.

이렇게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한 클레러파이드 버터는 냉장보관 기간이 일반 버터보다 조금 더 길다. 또한 버닝 포인터가 섭씨 204도로 거의 두 배 이상 높아져 웬만큼 강한 열을 가해도 쉬 타지 않게 된다. 흔히 호텔에서 즐기게 되는 아침 식사에서 즉석으로 만들어주는 오믈렛이나 스크램블드 에그 혹은 핫샌드위치에 항상 클레러파이드 버터가 이용된다. 버터향이 곁들여지면 맛이 더하는 요리로는 높은 온도에서 재빨리 볶아낸 버섯이나 햄, 피망 그리고 감자와 달걀 요리 등에 널리 쓰인다.

올리브 오일이나 식물성 식용유 대신 클레러파이드 버터를 이용하면 훨씬 고소하고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한번 만들어 두고 냉장 보관하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다시 쓸 때는 전자레인지에 넣고 10초 이상 돌려서 녹여 사용한다.

끝으로 클레러파이드 버터를 이용한 아주 빠르고 손쉬운 서양식 아침식사, 해쉬 포테이토(Hash potato)를 소개한다.

‘해쉬 포테이토’ 만들기
1. 껍질을 벗긴 감자를 삶는다.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면 8분이면 OK)
2. 삶은 감자를 볼에 담고 으깬다.
3. 송송 썬 파(green onion)를 으깬 감자와 섞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4. 잘 달구어진 팬에 클레러파이드 버터를 적당량 두르고 3의 가미가 끝난 감자를 주걱으로 살살 눌러가며 프라이팬에 골고루 펼쳐서 노릇노릇하게 지지다가 한번 뒤집어 다른 면도 마저 노릇노릇하게 지진다.
일반 식용유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풍성한 버터향을 즐길 수 있어 아이들 간식으로는 물론 아침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요리칼럼니스트 정성숙 님은……
이화여자대학교 가정대학을 졸업하고 종합여성지 ‘주부생활’, ‘여성동아’, 그리고 요리전문지 ‘에쎈’의 기자를 거쳐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까사리빙(Casa Living)’과 ‘데코 마담휘가로’의 편집장을 지냈다.

2003년 8월 밴쿠버로 이민 온 이후, 신참기자 시절부터 줄곧 꿈꿔왔던 요리 공부를 작년에서야 뒤늦게 시작했다. 현재 Vancouver Community College에서 ‘Culinary Arts’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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