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해설. 엠바고(Embargo)
최근 언론에서 한참 떠들썩 했던 용어중 하나가 바로 ‘엠바고(Embargo)’ 다.그런데 시카고 일부 언론인까지 이의 개념과 시행상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엠바고’ 는 국가간 분쟁시 주로 항구를 봉쇄해 무역을 방해하는 경제용어나 언론에서는 ‘보도시간 규제’ 로 쓰인다.
기사 제공자 측에서 특정 보도시점을 정해 그 시간 이전 보도를 금지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제성이나 구속력은 없다.
단지 기자 자신의 도덕성과 양심에 맡길 뿐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보도 권한을 제한할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엠바고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략 공공이익을 위한 것이다.
보도된 이후의 영향과 파장 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국가적 안전이나 권익, 공익관련 조직이나 단체, 개인의 인명 등 안위에 관련된 일 등이다.
수십∼수백명이 출입하는 정부기관 기자실에서는 과열 취재경쟁 예방과 기사 공정배급을 위해서도 이용되고 있다.
엠바고 요청은 기사제공자 측에서 보도요청 시점이 명확히 찍힌 보도자료를 내는 게 보통이다.
엠바고 파기 여부를 판단할 때 변명의 여지가 없는 증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때로는 자료제공자나 출입기자단 간사 등이 현장에서 담당기자로부터 일일이 사인을 받는 경우도 있다.
더욱 꼼짝 할 수 없는 증거다.
이따금 자료제공 없이 내용이 자세히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e-메일 등으로 엠바고를 요청하는 수도 있다.
이 경우 역시 기자본인의 확인을 기사제공자는 확인해야 한다.
때로는 기자가 취재와 기사작성까지 마친 뒤 엠바고가 요청되는 수도 있다.
극히 애매한 경우다.
이 경우 기사의 무게가 클수록 엠바고 강요는 당연히 무리다.
이 때문에 엠바고 파기여부를 둘러싸고 분쟁이 벌어진다.
필자는 고국에서 20여년간 취재 일선을 뛰면서 이런 사례를 수없이 경험해왔다.
이번 고국의 서울대 황우석 교수 연구결과에 따른 엠바고 파기 문제도 바로 이런 오류에서 시작됐다.
중앙일보 홍 기자는 분명 황교수 측에서나 과기협으로부터 자료와 엠바고 요청을 받은 적이 없었다.
과기협이 홍기자의 엠바고 파기를 주장하는 명백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다.
엠바고를 확실하게 하지 못한 과기협 책임이 더 큰 것이다.
더구나 홍기자는 이미 기사작성을 마친 뒤였다.
시카고 한국일보는 바로 이런 배경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애초에 조선닷컴의 기사를 베껴쓴 것이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엠바고를 회원사인 ‘동아 사이언스’ 에 요청한 일은 있다.
그러나 동아 사이언스는 신문이 아니라 과학잡지다.
또 ‘사이언스’ 와 ‘미국과학진흥회(AAAS)’ 가 미국 현지에서 엠바고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엠바고가 고국내에서 효력을 가지려면 적어도 과기협과 협조해서 위에서와 같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미 언론사중 일부가 한국의 엠바고 문제를 들먹인 것도 이런 과정을 이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기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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