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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너 스쿨 참가기] 진정한 나를 찾아준 한달

이아란(센터빌 고등학교 12학년)

 거버너 스쿨에서 돌아온 첫날 예전과는 다른 감정들이 나를 혼란 속에 빠지게 했다는 것은 과분한 표현이 아니다. 집에 왔어도 내 집 같지가 않았고 "Baby Got Back"의 노래도 전혀 들리지가 않을뿐 더러 화장실이 너무나도 말끔했다. 나는 신체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현실로 다시 되돌아갈 준비가 전혀 안된 상태였다.

 짐을 풀면서 생각을 하게 됐는데, 거버너 스쿨의 친구들도 내가 느끼는 이상 야릇함을 마치 한마음인 것처럼 느낄 거라는 생각을 하니 내 마음의 흥분을 더 했다. 거기다가 이젠 매일처럼 보질 못 할거라는 생각을 하니 또 마음은 조금은 슬퍼지기도 했다.

 거버너 스쿨에서 실사회로의 갑작스런 변화는 또 다른 시작이었다. 매우 바쁜 스케쥴을 쫓아다니며 캠퍼스에서 이 포롬에서 저 답사로 급하게 달리고, 밤에는 옆방 친구들이랑 흥청망청 과자와 사탕으로 배 채우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밤새며 떠들고 웃기로 신났던 그날들은 어디 가고 갑작스런 현실의 변화는 불편하고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지금은 오후 3시 30분인데 평소 땐 친구 찾아서 신나게 답사로 달려가야 할 때지만 난 현재 컴퓨터 스크린 앞에 앉아있다. 무려 한 달 동안 인터넷 금지상태에서 생활하다 나만의 방에서 나만이 쓸 수 있는 사용제한이 전혀 없는 인터넷과 컴퓨터를 만지작거리게 될 수 있다는 게 매우 감회가 새롭다. 아침마다 화장실을 누가 먼저 차지하는 전쟁도 안 치뤄도 되고 화장실 바닥에 물 때문에 미끄러운 것 도 더 이상 걱정거리가 아니라는게 호사롭다.

 모든 것이 다르게 느껴졌지만 막상 정말로 달라진 건 진정 하나도 없었다. 이러한 이런 조그만 경험들이나를 깨닫게 했다; 변한 건 내 주의 환경, 사람, 그리고 사물들이 아니 였다. 내가 나의 낡은 껍질을 벗어버린 것이었다.

 거버너 스쿨에 갔다와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에게서 나타난 변화는 평소에 전혀 느끼기 못했던 작은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더이다. 따듯한 밥 위에 놓여지는 빨간 김치, 빨래를 돌려도 속옷이 안 없어지고 양말의 모든 짝이 맞게 세어지는 것. 그리고 내가 즐겨 모는 스테이션 웨건의 익숙한 냄새며 모든 나의 일상 생활에서 그냥 넘겨서만 봤던 것들이 달리 느껴지며 새롭고 고맙다.

 거버너 스쿨에서 미쉘 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연극으로 프로그램을 지원한 아이였다. 그런데 미쉘이랑 같은 방에서 지내던 여자 애는 너무나도 게을러서 4주내내 빨래를 한번도 안 했을 정도로 행동거지가 매우 깨끗하지 못한 아이였다. 그런 상태에서 미쉘이 집에 도착했을 때 순간적으로 감사하게 느꼈던 것은 말끔하게 청소된 카펫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변화는 내가 매우 자립심이 강해졌으며 자급 자족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거버너스쿨은 나에게 처음으로 집에서 멀리 4주간이나 지내 볼 수 있는 기회와 내가 직접 탐험하며 배우고, 보고, 그리고 느낄 수 있도록 해줬다. 4주 동안 부모님의 도움 없이 혼자서 생활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지침도 없이 나는 내 자신을 교육시키며 훈련시켰다.

그런 와중에도 뛰어난 재능이나 특기가 있는 아이들과 우정을 키웠다. 오랫동안 소극적 이였던 내 자신이 적극적인 성격으로 다시 태어났다.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고 행동을 해도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고 반갑게 맞아 주었다. 서로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아껴주면서 지냈다. 태어나서 한번도 이렇게 편안한 환경속에서 생각과 나의 깊은 마음을 표현하긴 거버너 스쿨에서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열정으로 미술을 사랑하는 진정한 소년 소녀 예비 미술가들이랑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가 미술을 접할 때 공통적으로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서 얘기하며 아름다운 추억들을 보냈다. 모두가 서로에게서 배웠고, 아낌없이 주었고 즐겁고 유쾌한 시간들을 만들었다.

 소극적이었던 나에게 꿈과 미래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차게 만들어준 거버너 스쿨에 감사하며 아주 오래도록 2003 리치몬드 대학 캠퍼스에서 지낸 아름다운 여름 추억들을 마음 고이 소중하게 간직할 것이다. 나는 지금 조급한 마음으로 거버너 스쿨 2003년 졸업반 동창회를 기다리고 있다.

 * 가을 학기부터 센터빌고등학교 12학년이 되는 이아란양은 가버너스 스쿨 비주얼 아트 부문에 참가해 리치몬드 대학에서 4주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이양은 여름 방학을 이용해 2주간 중앙일보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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