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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푸는 심리]아테네 몰락 원인은 '괴질'

정유석 정신과전문의

아테네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들 중 하나였다. 이 도시는 일찍부터 문화를 숭상하여 그리스 문명의 중심지가 되었고 이로 인해 주위 국가들로부터 선망과 질시를 함께 받았다.

그리스 반도의 패권을 놓고 아테네와 자웅을 겨루던 스파르타는 척박한 환경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무술을 존중했다. 그래서 병약한 아이들이 태어나면 죽여버리고 튼튼한 아이들만 엄선하여 심신을 단련시켜 키움으로써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하려 했다. 결국 펠로폰네시안 전쟁에서 스파르타는 아테네를 정복했고 그 결과 찬란했던 그리스 문명은 막을 닫았다.

‘군사력이 패망 원인’ 전해져

이것이 대체로 우리가 학교에서 배워 알고 있는 고대 그리스 문명 몰락의 자초지종이다. 그러나 사실은 아테네를 굴복시킨 것은 스파르타의 무력이라기보다는 극심했던 급성 유행병의 창궐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기원전 5세기 초에 아테네 문화는 가장 찬란하게 번성했으며 강력한 국력은 이미 그 절정에 도달해 있었다.

이 작은 도시국가는 막강했던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황제의 군대를 연거푸 패퇴시켰다. 서방으로 제국을 팽창시키던 페르시아 군대는 육지에서는 마라톤과 플라테아 전투에서, 그리고 해상에서는 그 유명한 살라미스 해전에서 여지없이 격파되었다.

페리클레스는 기원전 462년에 아테네를 통치하기 시작하면서 민주정치를 확립했다. 또 페르시아 군대가 파괴한 신전들을 모두 재건함으로써 그리스 문화의 황금시기를 열어놓았다. 그런데 기원전 431년에 아테네는 스파르타와 전쟁에 들어간다. 당시 스파르타는 강력한 육군을 갖고 있었으나 내륙국인지라 해군이 약했다. 반면 아테네는 해상 교역을 위해 강한 해군력을 갖춘 반면 육군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그래도 외곽이 험준한 산맥에 둘려 있어서 방어하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었으며 또 해상을 통해 손쉽게 보급을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개전 초기에 스파르타는 아테네를 포위할 수는 있었으나 굴복시킬 수 없었다. 오히려 아테네는 지형을 이용하여 방어전을 펼치면서 해상력을 유리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개전 초기에 스파르타를 쉽게 이겼다. 그러나 도시 방어전이 지속되면서 20만명이나 되는 아테네 시민들은 좁은 도시 안에 몰렸으며 전쟁을 피해 외곽각 주민들까지 성안으로 몰려들자 자연히 위생 상태가 악화되었다.

전쟁이 시작된 지 1년 후인 기원전 430년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아테네에서 유행병이 발생했다. 이 질병은 에티오피아에서 시작하여 이집트와 리비아를 거친 뒤 지중해를 건너 아테네를 전파된 것으로 추측된다. 괴질은 단시간에 걸쳐 폭발적으로 창궐했다. 사람들은 심한 두통과 고열이 시작되면서 눈이 충혈되고 혀와 목구멍이 붉어졌으며 심한 기침을 했다. 또 전신이 붉은 반점으로 덮였다. 이 반점들은 나중에 곪아 온 몸의 피부가 헐었다. 환자는 흥분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다가 피부에 옷이 닿는 것을 참지 못해 이들은 벗은 몸으로 거리를 헤매었다.

17세기 플랜더스 화가 마이클 스워츠(Michael Sweerts)는 많은 사람들이 반라의 상태로 광장에 몰려 있는 [한 고대 도시의 역병](1652)이란 제목의 그림을 그렸다. 물론 아테네의 모습이다. 이 그림은 몇 년 전에 LA카운티 미술관(LACMA)이 약 4백만달러를 들여 구입한 바 있다.

인구 1/3이상 병으로 사망

이 병이 출현한 지 6개월 이내에 아테네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했다고 하는데 그 두 배로 잡는 학자도 있다. 너무 갑자기 당한 재앙이었으므로 사람들이 희망을 잃고 사기가 급격히 떨어진 모습이 그림에 잘 나타나 있다. 한 저명한 사학자는 이 전염병에서 살아나 당시의 참상을 기록했다. 신앙에 구별 없이 죽었으므로 사람들은 신을 더 이상 믿지 않았으며 죄를 범해도 재판 전에 모두 죽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선한 자나 악한 자나 모두 먹고 마시고 취하면서 음색을 탐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병의 정체는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학자들은 이것이 악성 성홍열(Scarlet fever), 또는 흑사병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전쟁은 27년 간이나 지지부진하게 계속되면서 진퇴를 거듭하다가 결국 기원전 404년 장기간에 걸친 괴질로 인해 극도로 사기와 전투력이 약화된 아테네는 스파르타에게 정복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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