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아일랜드 플랜팅필드 수목원] 초여름 산림욕장 가을엔 단풍놀이
플랜팅필드 수목원 온실을 찾은 방문객들이 활짝 핀 꽃을 둘러보고 있다. 이곳에는 갖가지 꽃과 분재, 난초, 선인장 등이 주제별로 나뉘어 정원으로 조성돼 있다.
그러나 이 부근에 있는 뉴욕주립공원 플랜팅필드수목원을 아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하다.
한창 찾는 사람이 많을 요즘같은 주말에 가더라도 오히려 한적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여유롭기 그지 없다.
이 곳에 처음 들어서는 사람이라면 롱아일랜드에도 이런 곳이 있나 싶어 절로 탄성이 나올 것이다.
갑자기 깊고 깊은 산속에라도 성큼 들어선 것처럼 하늘을 찌를 듯 키 큰 나무들이 울창해 저절로 산림욕이 된다. 굳이 서울로 치자면 광릉수목원에 해당되는 셈이다.
게다가 봄부터 한겨울까지 1년 내내 갖가지 꽃이 쉼 없이 피기 때문에 꽃구경 장소로도 최고.
롱아일랜드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올드웨스트베리가든과 쌍벽을 이룰 만한 정원이 있다면 바로 플랜팅필드수목원이다. 주말이면 결혼 기념 촬영에 나선 신랑신부들이 꼬리를 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각종 나무와 꽃이 가득하다. 잔디는 마치 녹색 융단을 깔아 놓은 듯 가지런히 잘도 정리돼 있어 한번 뒹굴고 싶게 만든다.
이 수목원의 원래 주인이 살던 영국 튜더 양식의 건물 역시 멋지다.
나무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거닐다 보면 때로는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때로는 예쁘게 가꿔 놓은 정원 한 귀퉁이에 나무 벤치가 놓여 있어 쉬어가기에 좋게 만들어 놨다.
한적한 장소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노라면 잠시나마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 십상이다.
가족과 더불어 도시락이라도 싸가 주말 하루를 차분히 보내 보자.
이 수목원이야말로 뉴욕시 같은 대도시에서 언제라도 틈만 내면 손쉽게 가볼 수 있는 오아시스다. 이 수목원의 원래 주인이었던 보험업계의 갑부 윌리엄 코씨는 정원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4백9에이커에 이르는 이 수목원을 지난 1949년 뉴욕주정부에 양도했다. 유일한 조건은 교육적 목적으로 사용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곳은 자녀의 자연학습장으로도 더 없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원〓이 곳에는 가든만 무려 32개나 된다. 코홀이라는 아름다운 저택을 중심으로 주변에 배치돼 있으며 크게 온실과 야외 정원으로 나뉘어 있다. 이외에 센트럴파크 잔디밭보다 아늑하고 호젓해 가족단위 피크닉에 안성맞춤인 대형 잔디밭이 두 개에 야외에는 심어진 나무 종류만도 6백가지가 넘는다.
대형 온실에는 난초와 선인장, 베고니아, 고사리류, 분재 등이 주제별로 나뉘어 심어져 있다. 하와이주의 주화 히비스커스(Hibiscus)만 모아놓은 코너도 있다.
한번은 엄동설한에 꽃이 만발한 동백나무가 이 곳에 도착했는데 이를 보호하기 위해 급히 코홀 옆에 별도의 온실을 지었다. 그게 바로 동백하우스(Camellia House). 실내 동백정원으로는 미 동북부 지방에서 가장 크며 본국에서 익히 봤던 동백을 포함 3백 그루 이상의 다양한 동백꽃을 볼 수 있다.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 곳에 들어서면 눈이 부실 지경이다
낙엽이 떨어지고 난 뒤에는 열대 식물이 자라는 온실이 볼거리.
특히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해서는 포인세티아가 빨갛게 전시돼 있어 연말 분위기에 푹 젖어볼 수 있다.
야외정원 역시 유명한 조경전문가들이 정성 들여 가꿔 놓아 아름답기 그지 없다.
수목원 초입에 있는 시놉틱가든(Synoptic Garden)은 5에이커로 4백종 이상의 꽃나무와 관목이 알파벳 순서로 심어져 있다.
철쭉 산책로는 봄만 되면 한국산 진달래 등 수백가지의 철쭉과 진달래가 만발한다.
6월에는 장미 산책로가 인기다. 길이 4백피트에 이르는 장미 터널을 지나노라면 각양각색의 장미꽃 향이 화들짝 손님을 맞는다. 그 옆에 있는 로즈가든에도 앙증맞은 미니 장미 등이 이 무렵 꽃망울을 터뜨린다.
이외에 침엽수와 히스(heather), 아시아와 영국 등에서 건너온 1백여종의 홀리(holly) 나무 등이 제각각 별개의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다알리아정원에도 수백가지의 다알리아가 심어져 있어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꽃이 활짝 피면 마치 무지개를 연상케 할 정도다.
◇산책로〓1∼2시간은 걸어다닐 수 있을 만큼 긴 산책로가 숲속에 구불구불 나 있다. 산책로를 따라 봄부터 가을까지 라일락과 목련, 야생화 등이 꽃을 피운다.
목련나무만도 80여가지로 흰색과 핑크색은 물론 노란색까지 한창때면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가을이 되면 굳이 아름다운 단풍을 보기 위해 뉴잉글랜드 지방을 찾을 필요가 없을 만큼 이 곳에는 멋진 단풍나무들로 가득하다.
나무마다 황금색 및 붉은색, 노란색 등으로 옷을 갈아 입을 무렵 갖가지 과일도 무르익는다.
곳곳에 상록수 나무도 상당수라 겨울에도 그 정취를 더해주기에 충분하다.
코씨는 새로운 나무를 유별나게 좋아했다. 뿐만 아니라 나무를 기르는 최신 기술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많은 종류를 나무를 들여다 다 클 때까지 기르곤 했다. 미 북동부 지역에서 나무 운반으로는 최대규모의 작업을 기록한 것도 그였다. 1915년 60피트 높이의 너도밤나무 두 그루를 매사추세츠로부터 오이스터베이까지 운반했을 당시 2마일에 걸쳐 길을 넓히고 전기선 등을 제거해야했을 정도다. 바로 그의 둘째 아내 메이(스탠다드오일 창업자의 딸)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집에서 운반해온 것이다. 코홀 앞에는 상당도 안갈 만큼 크게 자란 이 너도밤나무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운영시간 및 요금〓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오후 5시 일반에 공개. 5월1일∼노동절 사이, 그 후에는 주말에만 주차료로 5달러씩 받는다. 코홀은 4∼9월 사이 정오∼오후 3시30분 가이드투어로만 가능하며 성인 5달러, 7∼12세 1달러씩 별도의 요금을 받는다.
◇가는 길〓495를 따라 가다 41N로 빠지면 오이스터베이로 이어지는 글렌코브로드(106번 도로)가 나오고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노던블러바드(25A)와 만난다. 여기서 서쪽으로 월버할로우로드(Wolver Hollow Rd.)까지 가서 우회전한 뒤 다시 치킨밸리로드와 만나 얼마 안가면 플랜팅필드수목원 이정표가 보인다. 혹은 플러싱쪽에서 노던블러바드를 따라 동쪽으로 달리다 107번 도로와 교차 지점을 지난 뒤 바로 월버할로우로드가 나온다.
◇문의〓전화(516)922-9200, www.plantingfields.org
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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