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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광장] 돈에 물든 발의안 심판해야

[LA중앙일보] 발행 2008/08/13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08/08/12 18:14

김용호/민족학교 참정권 담당

대통령 선거는 선거 결과에 따라 정책의 방향이 달라지고 우리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러나 후보나 정당이 내세우는 공약은 100% 다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선거용으로 급조한 공약도 있고 실제로 집권해 보니 현실성이 떨어져 포기하는 정책도 있을 수 있다.

반면 주민발의안에 담긴 내용은 통과하면 바로 법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켜지지 않을 수가 없다. 후보로 친다면 발의안은 공약을 그대로 실천하는 정직한 정치인인 셈이다.

이런 강점을 가진 발의안이 왜 정치인과 비교해 관심이 떨어지는 것일까? 좋은 발의안은 거의 없고 선거 때마다 나오는 발의안이 그저 이민자들을 감옥에 잡아 넣고 렌트비 보호를 없애고 결혼할 권리를 제한하고 정부가 빚을 져서까지 건설 프로젝트를 강행하게 만드는 등 커뮤니티의 권익에 반하는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끔씩 좋은 내용이 나올 때도 있지만 그러면 또 아슬아슬하게 통과에 실패하고 마는 것이 태반이다.

발의안(Initiative) 제도는 국민투표(Referendum) 국민소환제(Recall)와 함께 미국 직접민주주의 체계의 3대 제도다. 발의안 제도는 미국 건국시에는 시행되지 않다가 20세기 초 당시 진보주의자들로 불렸던 정치개혁파에 의해 시행되었다.

테디 루스벨트 및 윌슨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이들은 의회나 정부기구는 기업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지키려고 로비를 통해 싸우는 각축장으로 타락했다고 보았다.

그래서 기업의 입김을 최대한 줄이며 동시에 시민들이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 발의안 제도다.

정치개혁파의 이러한 개혁은 오늘날 진보 대 보수 구도와는 다른 것으로 예를 들어 2002년 통과된 매케인-파인골드 선거캠페인 자금개혁법도 이러한 정치개혁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주민발의안 제도는 의회 절차를 건너뛰고 주민들이 직접 법을 입법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수십명의 의원들을 매수하면 결판이 나는 의회와는 달리 수백 수천만의 주민들이 한표를 행사해 통과되는 발의안에는 기업이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적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발의안 제도는 특히 서부 지역에서 폭넓게 도입되어 캘리포니아에서는 첫 발의안이 도입된 1911년 이후 1174개가 넘는 발의안들이 투표에 부쳐졌다.

발의안이 투표용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약 60만명에 달하는 지지서명을 받아야 하며 통과되려면 50%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하는 등 엄격한 기준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 취지와는 달리 일반 시민들이 발의하는 내용은 이러한 기준에 미달해 탈락하는 반면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돈을 주면서 지지서명을 모으고 TV 광고를 통해 찬성표를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늘날 발의안들은 기업 및 보수세력들의 잔치장이 되어 버렸다.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가 기업의 이익추구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이번 11월 선거에는 12개의 캘리포니아주 주민발의안이 유권자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각 발의안의 내용은 아동병원 지역구 재조정 동성애자 권리 관련 등 그 범위가 다양하다. 비록 나의 삶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내용이 너무 복잡하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커뮤니티와 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주민 발의안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돈으로 유리한 법을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유권자의 의식과 참여는 쉽게 무시할 수 없는 힘이란 걸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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